매일 아침 출근시간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내 몸 하나 덜렁덜렁 나간다면 무척 단순 심플하겠지만, 출근길에 쭌 3형제를 챙겨 등교까지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고1 딸은 그나마 신랑이 등교를 시키고 있으니 다행 중 다행이다.
회사에 지각을 하지 않으려면, 8시 10분에는 반드시 시동을 걸어야 한다. 그날도 지각하지 않으려고 반사적으로 먼저 튀어나간 발끝에 신발을 걸친 채 서둘러 현관문을 나서려는데, 문밖에서 낑낑거리는 작은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얘들아, 밖에 무슨 소리지?!”
아이들과 현관문을 째려보며 귀를 쫑긋 세웠다.
“엄마! 아기 강아지 소리 같은데요?!”
아이들이 말했다.
“응?! 강아지? 에이, 그럴 리가?!”
절대로 그럴 리 없다는 듯 힘껏 열어젖힌 현관문 앞에 정말 있었다.
아기강아지!!!
‘어서 오세요 주인님! 저는 여기서 주인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렇게 이야기하듯 조신한 얼굴로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엄마젖을 뗀 지 얼마 안돼 보이는 아주 작은 아기 강아지였다.
“아, 예쁘다!!”
“엄마! 엄청 작아요!”
“와, 얘도 우리가 키우고 싶다!”
어느새 쭌 3형제는 아기강아지를 동그랗게 포위하고 둘러앉아, 털을 쓰다듬고 있었다.
“얘들아, 옆집에 큰 개 있잖아? 그 개가 최근 새끼를 낳은 거 아닐까? 저 담벼락 사이 울타리로 잘못 빠져나와 우리 집 쪽으로 떨어진 거 같은데? 저기로 올려주면 아마 엄마한테 갈 거야!”
나는 속사포 랩을 하듯 확신에 차서, 아니 꼭 그래야만 한다는 듯 빠르고 단호하게 말했다. 동시에 손은 아기강아지를 번쩍 안아 옆집 울타리로 밀어 넣고 있었다.
“얘들아! 늦었어! 늦었어! 이러다가 우리 모두 지각하겠어! 서두르자!”
급히 차에 올라 시동을 거는데, 쭌 3형제가 이야기했다.
“엄마! 만약 그 옆집에서 온 게 아니라면, 저 아기 강아지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그 집 강아지가 아닐 수도 있잖아요”
“엄마, 우리가 조금만 키운 뒤에 보내주면 안 돼요?”
“맞아요, 너무 귀여워요! 우리 학교 다녀와서 딱! 1시간만 데리고 놀다가 보내주면 좋겠는데....”
쭌 3형제가 일제히 원망 섞인 하소연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이야기가 내 귀에는 이렇게 와서 박혔다.
“엄마 너무 매정해요!”
“엄마 너무 매정해요!”
“엄마 너무 매정해요!”
사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 발끝을 졸졸 따라다니던 귀여운 아기 강아지가 눈에 밟혀, 내 머릿속도 아이들 만큼이나 시끌시끌했다. 나도, 아이들도 마음이 편치 않은 상태로 등교와 출근을 했다.
그날 오후, 하원 하는 아이들을 태우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는 정말 황당한 사건 현장을 목격하고야 말았다.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아침에 본 그 아기강아지가 반려견들의 우리 속에 들어가 여유만만 밥과 물을 먹고 있는 게 아닌가?! 심지어 자신의 밥그릇인 양 아주 천연덕스럽게 아주 푸짐하게 잡숫고 계셨다.
주인 닮아 순딩 순딩한 똘준이와 화이는 지들 밥그릇도 못 지키고 멀뚱멀뚱 서있다가, 아예 아기 강아지님 편히 식사하십시오, 하는 듯 서둘러 자리까지 피해 주고 있었다. 점입가경과 대략 난감이라는 사자성어는 이럴 때 쓰라고 나온 단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허허, 난감하네!
지켜보고 있자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이건 분명 사람이 우리 안으로 넣은 건데...? 아기 강아지 혼자서는 절대로 저속에 들어갈 수가 없는데...?’
명탐정 셜록 홈스가 되어 나름 추측해 보았다.
1. 어느 집인지는 모르지만 최근 그 집 개가 몇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2. 모든 새끼를 키울 자신이 없었다.
3. 너네가 한 마리 키워줄래? 이런 한마디 상의나 양해도 없이 우리 집 반려견 우리 안에 몰래 넣고 갔다.
4. 왜? 우리 집은 이 동네에서 아이들이(4명) 제일 많은 집이고, 이미 두 마리의 반려견을 키우고 있으니 밥그릇 하나만 더 놓으면 될 테니까 이 집은 무조건 키워줄 거라는 확신이 있었던 거다.
세 마리를 어찌 키우나 걱정하는 엄마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기 강아지를 다시 만난 것에 신이 난 쭌 3형제는 털색이 인절미 떡을 닮았다나 어쨌다나 하면서 덥석 “인절미”라는 이름까지 지어주고 다정하게 불러주었다.
안돼!!
아이들이 “인절미”이름을 부르는 순간! 운명교향곡이 연주되더니, 숙명처럼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의 한 대목이 귓가에 징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
“내(우리)가
그(인절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인절미)는 나(우리)에게로 와서
꽃(반려견)이 되었다.”
꽃처럼 야리야리하던 아기 인절미가 거대하게 자랐다.
아기 때부터 주인의식 무지하게 강했던 녀석!
역시나 세 마리 중에 덩치가 갑이다.
밥도 제일 많이 먹고!
똥도 제일 많이 싸고!
힘도 제일 제일 세고!
목소리도 제일 크고!
천하무적! 이젠 그 누구도 당할 수가 없다. 나이는 최고로 어린데, 누가 봐도 제일 연장자로 보인다.
우리가 지어준 이름처럼 점점 인절미 색을 띠고 있는 예쁜 녀석, 두 개의 귀는 영락없이 인절미다.
아기 인절미가 우리 집에 오게 된 미스터리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지만, 강제 입양된 사연이 이젠 더 이상 궁금하지 않다. 다른 집이 아니라 우리 집에 버려져 새로운 견생!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으니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키우고 있다.
인절미야!
똘준이 화이와 함께
지금처럼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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