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전라도 출신 아재가 반한 유럽 10대 미식 아이템

아재 입맛으로 본 유럽 미식 기행

by 고재열 여행감독

나는 전라도 출신이다. 나는 50대 아재다. 나는 여행감독이다. 나는 간이 맞는 음식과 양념이 잘 된 음식에 익숙하고, 나는 중년 남성이 좋아하는 얼큰한 음식을 좋아하고, 평균적인 한국인보다는 해외 경험이 많은 편이다(연중 2/3 정도는 해외에 있다).


그런 전라도 출신 아재 여행감독의 입장에서 본 유럽 미식 기행은 이렇다. 전라도 출신이라는 것, 아재라는 것, 여행감독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절대미각을 지닌 사람은 아니다) 당신이 나와 공통점이 있다면 이 디렉션대로 하면 유럽에서 제대로 된 미식기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미슐랭 가이드의 별점? 아무 의미 없다. 왜? 당신은 그 별점을 준 사람과 살아온 인생이 다르니까. 음식평론가들은 ‘당신이 먹는 음식이 바로 당신 자신이다라는 말을 한다. 바꿔 말하면 당신이 살아온 인생이 당신의 음식 취향을 만든다는 얘기다. 당신은 미슐랭 가이드 별점을 주는 사람과 다른 인생을 살아왔다. 그러므로 그 별점은 당신에게 별 의미가 없다.


전라도 출신 아재 여행감독으로서, 유럽 10대 미식 아이템을 꼽아 보았다. 이번에 이탈리아에 가면 사람들하고 뭘 먹나 고민하다, 전에 먹었던 유럽 음식 중에 내가 맛있었던 것을 겸사겸사 재정리해 보았다. 전라도 출신 아재 여행감독 입맛으로, 직관적으로 맛있게 느꼈던 음식들이다.


@ 헝가리 망갈리차 돼지고기

: 나에게는 헝가리 망갈리차가 스페인 이베리코보다 더 맛있었다. 망갈리차는 생긴 것도 잘생겼고. 무엇보다 고기가 담백하다. 현대 한국인 입맛에는 기름진 이베리코보다 망갈리차가 더 맞다고 본다.



@ 이탈리아 피에몬테 육회/육사시미

: 피에몬테에서 육회 먹다 프랑스 넘어가면 맛없어서 못 먹는다. 프랑스식 소고기 타르타르는 양념 범벅이라. 피에몬테 육회/육사시미의 감칠맛은 세계 최고다. 더불어 피에몬테는 '이탈리아의 전라도'다. 옛 사보이공국이 피에몬테인데, 토스카나나 베네토보다 피에몬테 음식이 나한테 맞는다.


@ 프랑스 옛 마요르카 왕국 오징어순대

: 페르피냥에서 먹었는데 우리 오징어순대보다 더 맛있다. 완전 화이트와인 도둑. 스페인 국경의 프랑스 도시들은 옛 마요르카 왕국의 영역인데 이 오징어순대로 서열 정리 끝!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과 프랑스 옛 마요르카 지역 그리고 스페인 바스크 지방을 넘나드는 '피레네산맥 이쪽과 저쪽'이라는 이름의 미식여행을 기획해 보고 싶다.



@ 아이슬란드 전통 대구정식

: 대구로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총 망라한 아이슬란드 전통식당에서 대구맛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대구 음식은 정말 이래도 대구! 저래도 대구! 최고다. 올여름 노르웨이 로포텐 트레킹 때 대구를 사서 이런저런 대구 요리를 시도해 보았는데 이 아이슬란드 식당에서 먹었던 대구 요리가 많은 참고가 되었다.



@ 노르웨이 대구순살 오뎅

: 대구라면 노르웨이도 지지 않는다. 대구 순살 함량 높은 오뎅 정말 좋았다. 구워 먹어도 좋았고 오뎅탕을 끓여도 좋았고. 소주 생각을 간절하게 만든다. 흥미로운 점은 대구살 포함 비율을 표시해 놓는다는 것인데, 낮을수록 우리가 먹는 오뎅 맛과 비슷했다.


@ 스페인 바스크지방 해물모둠 찜

: 아메리카를 콜럼버스보다 먼저 발견한 바스크 어부들답게, 해산물은 바스크였다. 피에몬테가 이탈리아의 전라도라면 바스크는 스페인의 전라도다(스페인이나 이탈리아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원재료의 맛을 잘 살리면서도 무척 감칠맛이 있다.


@ 포르투갈 리스본 생선모둠구이

: 생선구이는 리스본이 딱 한국 아재들 먹기 좋게 구워준. 정어리가 안 잡히는 철이었지만 만족스러웠다. 정어리까지 더해진다면 가히 천하무적! 생선구이는 포르투갈이다! 남프랑스 부야베스가 유명한데 내 기준엔 포르투갈식 해물잡탕이 더 맛있었다. 부야베스의 향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아서.


@ 벨기에 홍합찜

: 벨기에가 아닌 다른 곳에서만 먹어 보았지만 정말 최고다. 벨기에 맥주랑 최고의 궁합! 화이트와인과도 나쁘지 않다. 홍합찜이 북프랑스 요리라는 주장도 있지만, 프랑스는 가진 게 너무 많으니까 난 홍합찜은 벨기에 요리로 간주한다. 암튼 해산물 요릿집 가면 꼭 시켜보는 메뉴.


@ 이탈리아 나폴리 튀김피자

: 피자의 고향 나폴리에선 어떤 피자를 먹어야 하나 고민하다 먹어보았는데 대만족이었다. 사람들이 줄을 서있길래 그냥 한 번 서 보았는데, 피자 감수성 1번지에선 역시 튀김 피자! 이탈리아 맥주랑 먹으면 최고다!


@ 독일 남부 학센슈바이첸

: 겉바속촉의 바이블. 독일 알프스 -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헨에서 갔던 호프집에서 먹었던 학센슈바이첸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부풀릴 대로 부풀린 뒤 딱딱하게 굳혔는데 속살은 부들부들~~~ 체코에도 비슷한 요리가 있고 알프스와 돌로미테에도 비슷한 메뉴가 있는데, 겉바속촉의 진리는 독일 남부인 듯.


@ 러시아 캄차카반도 연어수프

: 베트남 쌀국수만큼 힐링 푸드다. 마지막에 자작나무 숯을 지지는 정통방식으로 끓이면 정말 간지 작살!!! 보드카에 지친 간을 해독해 준다. 참고로 캄차카의 매력적인 식자재 중 하나는 훈제 광어다. 훈제 연어가 아니라! 직접 칼로 저며서 보드카와 함께 마시면 끝내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중국 운남 음식의 인상, ‘가성비 좋은 기사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