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
어쩌면 내가 제일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은
가장 약하고 두려움이 가득한,
비에 젖은 작은 새 같던 시절이었다.
열두 번씩 바뀌는 생각과 출처 없는 공포에
손도 못 쓰고 자꾸만 숨이 차던,
그 안에서 지도 같은 건 손에 쥐지 못한 걸 알면서도,
소맷부리로 눈물을 훔쳐내고,
캄캄한 길목에서 한 발자국 용기를 낼 때,
그 어떤 일의 시작은 바로 그때였다.
'무엇을 알아냈다.'고 강하고 단단하게,
부족함 없이,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고,
자꾸만 우스워 눈치 없이 그저 서있던,
알고 보면 더 없이 지루했던 때가 아니라.
<료의 생각없는 생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