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기다리는 아이가 되었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하얀 사과꽃이 올라오면
노란 사과를 물고 다니던 네 생각이 났고
빨간 사과가 다 떨어지기 전에
너를 볼 수 있을까 싶었다
잿빛 하늘에서 비의 계절을 알리면
검은 장화를 신고 폴짝이던 네 생각이 났고
푸른 바다에서 파도를 향해 헤엄치던
우리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그때처럼 우리 반짝이던 여름을
함께 보낼 수 있을까 그리워졌다
빨간 나뭇잎들이 인사를 건네오면
잠자리를 따라다니며 가을 냄새를 맡고
파란 가을 하늘을 눈에 가득 담았다
매일이 천고마비 계절처럼 풍요롭기를
그것이 내가 가을 내내 조용히 희념하던 일이었다
흰 눈이 손등에 사뿐히 내려앉을 때면
해마다 우리가 함께 만든 눈사람이 떠올랐고
구멍이 숭숭 난 빨간 목도리도
엄마가 만들어줘서 좋다고 배시시 웃던
너의 얼굴을 다시 한번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너는 어느새 어른이 되었고
나는 너를 기다리는 아이가 되었다
너를 바라보기만 하다가
아이처럼 작아진 줄도 모르고
하염없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
바라보고 기다리는 일은
나의 하루가 되었고
나의 하루는 전부 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