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제주는 여름인 듯 덥다. 나는 긴 여름 내내 울어대던 매미에 대해 생각했다. 매미가 남겨두고 간 얇은 거죽이 나무에 붙어있거나, 죽은 매미가 땅바닥에 툭하니 떨어져 있는 걸 보면,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곤 했다. 아주 어릴 적부터 매미가 싫었다.
어느 여름, 사촌 동생이 매미를 잡아 우리 집에 놀러 온 적이 있다. 사방이 뚫린 조야한 플라스틱 상자 안에는 검은 매미들이 비좁게 모여 있었고, 긴 다리들이 상자 밖으로 비죽 나와있는 게 보였다. 매미들은 자신들의 플라스틱 감옥에서 자유를 외치는 듯 목놓아 맴맴 울어대고 있었다. 사촌 동생은 감옥의 창살에 달라붙어있던 매미 하나를 굳이 손으로 떼내어 내게 보여주었다. 큼지막한 매미가 다리를 움직거리며 힘없는 저항을 했고, 나는 질겁했다. 매미는 더 크게 매-에-헴 매-에-헴 울었던 것 같다. 꼬마 악동의 흉포함으로 인해 처음으로 매미에게 연민을 느낀 순간이었다.
이 여름 내내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던 중, 나는 그동안 별다른 이유도 없이 싫어했던 매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게 되었다. 선생은 매미의 일생에 대해 인상 깊은 사실들을 알려주었다.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유지매미와 참매미는 수명이 6년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의 일생인 6년 가운데 5년 11개월을 고스란히 땅속에서 애벌레로 살아야 합니다. 땅속에서 나무뿌리의 즙을 먹으며 네 번 껍질을 벗은 뒤 정확히 6년째 되는 여름, 가장 날씨 좋은 날을 택하여 땅 위로 올라옵니다.
땅을 뚫고 올라오는 힘은 엄청나서 곤충학계에는 아스팔트를 뚫고 올라왔다는 기록도 보고되어 있을 정도라 합니다. 땅을 뚫고 나온 애벌레는 나뭇등걸을 타고 올라가 거기서 다섯 번째이며 마지막인 껍질 벗음을 합니다. 이 순간 애벌레는 비로소 한 마리의 날개 달린 매미로 탈바꿈하는 것입니다.(p.455)
6년의 짧은 수명 가운데 고작 한 달 동안만 햇빛을 보는 삶이라니. 매미의 일생이 이리도 애처로운지는 정말 꿈에도 몰랐다. 애벌레로 사는 땅 속에는 또 얼마나 많은 적들이 도사리고 있을까. 무시무시한 땅 속에서의 오랜 투지와 인내 끝에 "가장 날씨 좋은 날을 택하여" 나오는 것조차 어딘지 애달프게 보인다. 신영복 선생은 이 외에도 땅 속에서의 개미와 매미를 비교하면서, 부지런한 쪽은 개미가 아니라 오히려 매미라고 알려준다. 또 오직 번식을 위한 매미의 우렁찬 울어재낌에 대해서는 "겨레의 번영을 갈구하는 아우성"이라고 특유의 유머로 매미를 치켜세운다. 선생의 글을 읽고 미안함을 넘어 나에게는 매미를 향한 진심 어린 존경의 마음까지 생기게 되었다. 내년에 매미의 울음소리를 들을 때에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그것을 듣게 되리라. 매미야, 그동안 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