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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으려면

나답게 달리기

by 미니멀리스트 귀선

요즘 달리기에 빠졌다. 그냥 달리는 일이 재밌다. 숨이 점점 차오르는 것도 재밌고 달릴수록 달리기가 느는 것도 좋다. 이제 40분 동안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해도 나는 5분 달리는 것도 힘든 사람이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달리기를 시작하지 않고 그냥 빠르게 걸었다. 달리다가 금방 힘들어서 멈추는 게 싫었기때문이다. 사실 더 정확히는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만 못하는 기분이 싫었다.


폼나게 달리지는 못한다. 빠르게 속도를 내지도 못한다.그냥 달리고 싶어서 달리기를 시작한다. 운동복이 아니더라도 러닝화가 아니더라도 시작한다. 하고 싶은 만큼 달리고 싶은 만큼만 달린다. 속도는 거북이처럼 느리고 언제 멈출지도 모른다. 그냥 나만의 속도로 달린다.


과거에 나는 분명 달리는 게 힘들었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혼자 달리면서도 경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의 달리기의 목표는 언제나 앞서가는 사람을 제치는 것. 혼자 잘 달리다가도 앞에 사람이 보이면 목표로 세우고 앞지르기 위해 힘껏 달려간다. 그리고 점점 가까워지다가 결국 지나치면서 마음속으로 느끼는 우월감과 제치는 순간의 짜릿함이 좋았다. 다시 앞선 사람을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목표를 설정하고 이기기 위해서(?) 열심히 뛰어간다. 그렇게 달리기를 반복하다 보면 목표는 계속 바뀌다가 나는 금방 지친다. 어느새 멈추고 만다. 목표는 보이는데 달릴 수가 없다. 그러다가 내가 지나쳤던 사람들이 다시 나를 지나쳐 간다.


나보다 앞서가는 사람이 없을 수는 없다. 어디선가 자꾸 나타난다. 분명 1등으로 가다가도 달리다 보면 앞선 사람들이 또 있다. 그리고 나를 제치는 사람도 많다. 제침을 당하는 기분이란... 잘 달리다가도 힘이 쑥 빠져버렸다.

그때 나는 달리는 일 자체가 재밌어서 달리기를 한 것이 아니었나 보다. 달리기가 힘들어서 한동안 달리기를 하지않았다. 그당시 나는 달리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지금 달리는 일이 너무 재밌다. 요즘 나의 도파민이다. 달리는 기분이 너무 좋다. 온몸을 맞는 바람과 함께 달리는 사람들과 순간순간 스치는 장면들이 좋다.
이제 옆에 가는 사람, 앞에 가는 사람, 나를 지나치는 사람들을 상관하지 않는다. 앞선 사람만 바라보던 나에게 드디어 주위를 둘러볼 작은 여유가 생겼달까?

스치는 바람이 좋고, 흐르는 땀도 좋고, 달리는 사람들이 좋다. 알 수없는 묘한 동질감마저 좋다.


나는 나만의 속도로 달렸다.
천천히 느릿느릿 거북이처럼.(비유가 아니라 실제 속력이 정말 그렇다.)
과거에는 어떻게든 앞선 사람을 이기려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게 달리다가 멈춤을 반복했다면
지금은 내 호흡에 집중하며 속도를 조절한다. 빠르게 달리고싶으면 빠르게 달린다. 호흡을 정리할때는 걷는 속도로 달린다.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목표는 없다. 멈추고 싶을 때 멈출 것이며 달리고 싶을땐 달린다. 쉬고 싶을 땐 쉬며 멋진 풍경도 감상한다.

스치는 바람과 지나치는 풍경과 내가 나를 응원해준다.
나는 지금
달리는 일이 너무 재밌다.

달리기를 하며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나만의 속도로 가는 것이 중요하고. 세상에 나보다 앞선 사람, 뒤에 있는 사람, 같은 속도로 달리는 사람이 많다. 이것저것 이 사람 저 사람을 신경 쓰다 보면 결국 나를 잊어버린다. 내 호흡과 속도를 잊어버린다.
내가 가는 길을 멈추지 않으려면 나는 내 속도를 잊으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냥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달려야 한다.


달리는 일이 계속 재밌는 일이 되고 싶다면,

내가 하는 일이 계속 재밌는 일이고 싶다면,

계속 달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계속 재밌는 일을 하고 싶다면,

천천히 나만의 속도를 찾아 호흡에 집중하자. 귀선아



요즘 달리는 한강
오늘도 달리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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