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과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긴밀한 협력 관계를 과시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을 확보, AI칩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TSMC와 함께 '삼각 동맹'을 형성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4일 오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4'에서 "AI의 미래를 위해서는 많은 사람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SK는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TSMC, 오픈AI와 많은 협력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아직 AI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고, AI를 통한 변화를 긍정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기업·리더들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AI가 계속 성장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몇 가지 보틀넥(병목현상)이 있다"고 진단하며 5가지 과제의 해결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최 회장이 지목한 5가지 과제는 ▷AI에 대한 투자를 회수할 대표 사용 사례와 수익 모델 부재 ▷AI 가속기 및 반도체 공급 부족 ▷첨단 제조공정 설비 부족 ▷AI 인프라 가동에 드는 에너지(전력) 공급 문제 ▷양질의 데이터 확보 문제 등이다.
◆ 엔비디아 요청에 HBM 일정 앞당겨
특히 최근 회동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의 일화를 소개해 관심을 끌었다. 최 회장은 "엔비디아는 새로운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나올 때마다 SK하이닉스에 더 많은 HBM을 요구하고, 합의된 일정도 항상 앞당겨 달라고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젠슨 황 CEO는 뼛속까지 엔지니어인데 마치 '빨리빨리'하는 한국인 같다"면서 "지난번 만났을 때 HBM4 공급을 6개월 당겨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당시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해야지라고 답했고,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을 보면서 '가능하겠냐'고 물었더니 '최대한 해보겠다'고 하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젠슨 황 CEO는 이날 영상 대담을 통해 "여전히 AI는 더 높은 성능의 메모리가 필요하다"며 "SK하이닉스의 공격적인 제품 출시 계획이 빠르게 실현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시장의 '큰손' 고객인 엔비디아에 지난 3월 HBM 5세대인 HBM3E 8단을 업계 최초로 납품하기 시작한 데 이어 지난달 HBM3E 12단 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해 4분기 출하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당초 2026년 출시 예정이었던 HBM4 12단 제품은 젠슨 황 CEO의 요청에 따라 내년 하반기 출하할 계획이다.
◆ TSMC 파운드리 파트너십 강조
대만 TSMC와의 파트너십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아무리 좋은 칩을 디자인해도 실제로 만들어낼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며 "SK는 엔비디아와 함께 TSMC와 긴밀히 협력하며 전 세계 AI 칩의 공급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TSMC는 이상적인 파트너"라며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TSMC와의 3자 간 협력을 통해 AI 혁신을 이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웨이저자 TSMC CEO는 이날 영상 메시지에서 "AI 혁신을 가속화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확장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설루션을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 현황에 대해서도 밝혔다.
최 회장은 "MS는 SK하이닉스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중요한 고객이며, 저희 AI 데이터센터 및 에너지 설루션 관련 협업을 논의하고 있는 파트너"라며 "탄소 중립 달성과 데이터센터 확장 목표 달성을 위해 MS와 SK는 뉴클리어(원자력) 에너지 업체에 함께 투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 역시 "앞으로도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과 전 세계에 강력한 AI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그렉 브로크만 오픈AI 회장 겸 사장이 직접 무대에 올라 'AI의 미래'를 주제로 현장 대담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