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
7: 30 am!!
알람 없이도 6시면 눈이 번쩍 떠지는데, 오늘은 눈뜨니 7시 반! 어제 좀 무리해서 늦잠 잤나보다 했다.
오전부터 아들 친구 생일 파티에 데려다줘야 해서 허겁지겁 준비하다가 아차! 오늘부터 썸머타임이었지!! 어제 알람을 켜야 했었구나.
아들 데려다주고 집에 와서 가야금 연습 좀 하다 보니 또 데리러 갈 시간이다. 저녁 6시에는 부모님들까지 초대했다. 아이들 어릴 땐 매주 생일파티에 온 가족 다 모여서 시끌벅적했는데, 크고 나니 이런 시간이 귀해졌다.
친구 집은 이자르(Isar) 강만 건너면 되지만, 길이 만만치 않다. 특히 이자르강을 건너는 구간은 좁은 2차선 꼬불꼬불 꼬부랑길인데, 롤러코스터처럼 가파른 내리막길을 따라 언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야 한다. 맞은편에서 차들이 오면, 시속 30km 제한 속도에도 불구하고 아찔한 순간들이 이어진다.
처음 뮌헨으로 이사 왔을 때는 이 길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모른다. 운전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했던 길이지만, 이제 제법 익숙해졌다. 게다가 오늘처럼 일요일은 차도 없어서 드라이브하기에 좋다.
두렵고 서툴던 뮌헨에서의 운전, 이제 드라이브하며 즐길 수 있게 되다니...
결국, 처음엔 두렵고 서툴렀던 모든 것들도,
포기하지 않고 익숙해지면
여유를 즐길 수 있게 되는 듯하다.
도착하니 생일 맞은 Nico 아빠가 아이들과 포커 게임을 하고 있었다. 얼마나 진지하게 하고 있던지, 마치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것 같은 카지노 모습이었다. 그 진지함이 재밌기도 하고, 1학년 꼬맹이 때부터 봐왔던 아이들이 이렇게 훨쩍 커서 어른 흉내 내며 게임을 하는 모습에 감회가 새롭기도 했다. 언제 이렇게 훌쩍 커버렸을까?!!
오늘 파티는 아침 10시에 시작해 저녁 8시에 끝났다. 테마는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고카트(Go-Kart)'였다. 장소가 멀어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는 것부터, 볼링, 카드 게임, 농구, 플레이스테이션까지 다양한 활동을 준비하느라 Nico 부모님이 정말 고생 많았을 거다. 전날 케이크와 쿠키를 굽고, 초대된 부모님들까지 챙기는 모습을 보니 거의 1박 2일 동안 쉴 틈 없이 준비했을 것 같았다.
아이들이 커서 자기들끼리 파티를 할 법도 한데, 이렇게까지세심하게 준비하고 부모들을 위한 자리까지 마련해 주다니, 아이들을 향한 깊은 애정과 배려심에 감동했다. 동시에, 나는 과연 아이들에게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들 부부는 마음씨가 정말 따뜻해서 아들 친구들에게도 참 잘 한다. 몇 년 전 코로나 팬데믹 때 시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비행기 표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아들을 혼자 두고 가야만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때 우리 아들을 며칠씩 데리고 있으면서 보살펴 줬었다.
얼마 전에는 우리 아들을 농구 경기에 데려가 줬다. 덕분에 아들은 난생처음 화려한 조명과 유명 가수들이 공연하는 프로팀의 농구 경기를 봤다. 또, 테니스 게임도 할 수 있게 코트 예약하고 밥 사주고. 이들 부부 덕분에 우리 아들은 더욱 풍요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으니 복 받았고, 나 역시 '황금빛 인맥'을 얻었으니 복 받았다.
계속 친하게 지내자!! ㅎ

이처럼 늘 아낌없이 베풀어주는 이들 부부를 보며, 나 또한 주변 사람들에게 더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유명 맛집에서 주문한 초밥과 푸짐한 아시안 음식, 뮌헨에서는 비싼 메뉴들이다. 베불리 먹고 오랜 만에 아이들 부모님들과 수다도 떨었다. 운전을 해야해서 프로세코를 못 마신 건 좀 아쉬웠다.
이런 시간을 만들어 줘서 어찌나 고마운지, 덕분에 우리가 호강했다. Lazy Sunday를 추구하는 나에게 이런 바쁜 일요일은 정말 특별한 선물이었다.
땡큐베리마치! Vielen Dank!!!"
그나저나 우리 아들 생일 파티땐 뭘 해줘야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