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빵집과 477km의 여정
' 25 뮌헨가얏고의 세상구경
낯선 도시, 익숙한 햇살.
뮌헨을 출발해, 유럽의 도시들을 걷고 느낀 여름의 기록.
이번 여정의 첫 도시는 프랑스 벨포르.
오전 8시 반에 출발하자고 했는데, 어느새 9시.
예전엔 아침 6시 전에 저절로 눈이 떠졌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아마도 피곤이 누적됐나 보다.
4월에 한국을 다녀온 후 여독도 채 풀지 못한 채 주말마다 연주와 행사가 있었다.
비엔나, 런던, 그리고 지난주엔 하노버까지.
쉴 틈 없이 다닌 주말들이 조금씩 몸에 쌓였는지도 모른다.
이번 방학은 쉬는 게 목표다.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재정비하고, 다음을 위한 재충전.
그래서 이번 여행에 거는 기대가 크다.
더운 아침, 빵과 커피
아침은 동네 프렌치 베이커리에서 간단히 해결했다.
우리가 종종 가는 곳이다.
오늘도 33도에 가까운 불볕더위지만, 이 카페엔 에어컨이 없다.
게다가 두 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서 온실효과가 어마어마하다.
겨우 선풍기 두 대에 의지해 열기를 식히고 있는데,
차라리 야외가 더 시원할 정도.
몇 년 전부터 독일 날씨도 이상기온이 이어지고 있다. 기후 위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도로세 피해서 프라이부르크로
크로와상과 카푸치노를 먹고 첫 목적지 벨포르로 출발.
스위스를 지나가면 도로세(vignette)를 내야 해서,
이번엔 프라이부르크 쪽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스위스는 잠시 스쳐 지나가도 연간 도로세를 내야 한다.
프라이부르크는 아름다운 도시라고 들어서 언젠가 가보고 싶었는데,
이번엔 그저 경유지일 뿐이다.
운전은 남편 몫이고, 경로도 남편이 정했다.
이번엔 내가 워낙 바빠서, 미리 물어볼 생각조차 못했다.
늘 가고 싶었지만, 뮌헨에서 가깝진 않아 미뤄뒀던 프라이부르크.
막상 지나가보니, 차가 많이 막힌다.
아쉽지만 그냥 통과하기로 했다.
‘다음에 느긋하게 다시 와보자’며 차를 몰았다.
오후 3시 반, 벨포르 도착
477km를 달려 도착한 벨포르.
10시에 출발했으니,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반쯤.
호텔은 만족스럽다.
프랑스는 호텔 방에 침대 두 개를 넣어주는 게 가능해서 편하다.
이탈리아는 이런 구조가 드물다.
다만, 에어컨이 약하다.
방이 서향이라 오후 햇볕이 고스란히 들어온다.
그 열기 때문인지 방 안은 쉽게 식질 않는다.
우리는 내일 아침 일찍 뮬랭으로 출발해야 해서
오늘은 짧은 일정이다.
그래서 하룻밤용 트렁크를 따로 챙겨 왔다.
이렇게 하면 매번 무거운 짐을 꺼내지 않아도 돼서 훨씬 수월하다.
짐을 풀며 생각한다.
짐을 나눈 건 잘한 일이지만, 에어컨이 약할 줄 몰랐다.
세계적인 브랜드 호텔이라 당연히 빵빵할 거라 생각하고
긴 잠옷을 꺼내왔는데, 이 더위에 땀 흘리며 자게 될 줄이야...
다음 편 예고
일요일의 조용한 벨포르.
문을 닫은 상점들, 열기로 가득한 거리,
그리고 우라를 기다리고 있는 사자 한 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