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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 새벽맘 May 03. 2021

꼭모유수유해야 하나요?

모유수유 꼭 하고 싶었다

첫째를 임신했을 때부터 나는 당연히 모유 수유를 하리라 생각했다. 


결혼과 거의 동시에 임신을 했고, 임신 4개월에 예정된 신혼집에 입주를 했다. 신랑 친구 모임에서 결혼하면 당연한 수순으로 집들이를 하는 전통이 있다. 임신 축하 겸 집들이 선물은 물의 온도를 맞춰 유지시켜주는 분유 포트였다. 그 선물을 보는 순간 

'난 완모 할 건데.. 아.. 이 분유 포트 다른 걸로 교환할까?'

필요 없는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이래저래 교환의 번거로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냥 창고에 고이 모셔졌다. 존재 자체가 잊혔다.


모유 수유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나는 산부인과 선택도 모유 수유 권장 병원&조리원을 선택했다. 출산 후 원활한 모유 수유를 위해 산전 유방관리도 갔다. 의욕이 앞서 막달에 가면 된다 해서 막달 들어서는 순간 바로 예약전화를 했더니 38주 지나고 오라셨다. 너무 빠른 유방관리는 조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딱 38주에 맞춰 유방관리를 갔을 때 원장님이 내 가슴을 보고 한 첫마디가

"아니, 이 엄마는 만삭인데 가슴이 왜 아직 그대로고?"

복선이었다. 내 완모의 꿈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첫째를 출산하고 3일이 지나도 초유가 나오지 않았다. 산부인과 간호사 선생님들이 늦게 도는 사람도 있다고 위로해주셨다. 조리원으로 옮겼다. 유방마사지받으면 젖이 잘 돌 거라고 위로받았다. 제일 빠른 일정으로 유방 마사지도 예약해주셨다. 유방마사지를 받으러 가니 산전 마사지를 해주셨던 원장님이

"아니 다른 산모들은 젖이 너무 많아서 아파서 얼음 마사지하는데, 이 산모는 젖이 돌게 뜨거운 찜질 해야겠네."

하셨다.


작고 애처로운 내 딸은.. 그래도 직접 물려서 젖량을 늘려서 완모를 하겠다는 엄마의 고집으로 나오지도 않는 젖꼭지를 물고 매일 울었다. 항상 분유를 보충해야만 했다. 젖병 물리면 세상 평화롭고 고요했다. 나는 그래도 엄마 젖과 젖병을 함께 먹으면 유두 혼란을 겪을까 봐 걱정했는데.. 내 것 안물고 젖병을 좋아했다. 완벽히 젖병의 승리였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어서 매일 밤과 새벽, 점심때 하루 3번 30분씩 유축을 했다. 유축을 하면 뇌에서 젖이 더 필요하다고 인지를 해서 젖량을 늘려준다고 들었다. 30분 유축해서 나오는 양이 겨우 10ml~20ml 사이였다. 신랑은 항상 네가 하는 일 중에 제일 비효율적인 일이 유축인 것 같다했다. 잠 못 자고 유축하는데 양은 얼마 안 나오고, 유축 용품 설거지 거리는 또 엄청나니.. 인정한다. 그래도 완모의 꿈을 접지 않았다. 미친 듯이 노력해서 백일부터 젖이 많이 돌아서 15개월까지 완모 한 엄마 이야기를 남편에게 해주며 유축 용품 설거지를 부탁했다.


젖 늘리는데 좋다는 온갖 것도 다 먹었다. 친정엄마는 돼지족을 고아오셨고, 시어머님은 미역국을 항상 제일 큰 냄비에 끓여다 주셨다. 상추도 좋다기에 우적우적 씹어 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합수유마저 5개월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우리 딸이 아예 거부를 하는 바람에(젖병이 아니라 엄마 젖을 거부했다..) 안 그래도 부족한 내 젖은 한 3일 만에 완전히 말라버렸다. 출산의 고통보다 더 힘들다는 젖몸살 한 번 없이 내 모유 수유는 중단되었다. 우리 딸이 5개월이 접어들던 때부터 완분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내가 부지런하지 못해서 다행이다. 애물단지로 취급했던 그 분유 포트.. 없었으면 큰 일 날 뻔했다. 조리원에서 집으로 돌아온 날부터 그 분유 포트 선물해준 신랑 친구들의 센스에 감탄하고 감사하며 둘째까지 대를 이어 잘 사용하고 있다.


모유 수유의 장점은 너무나 많다. 특히 엄마와 아기 간의 애착에 아주 중요하다. 그러나 분유를 먹이면서도 모유 수유할 때처럼 안아서 먹인다. 엄마의 체온이 전해지고, 엄마는 아기와 눈 맞추며 분유 수유한다. 영양성분 면에서는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겠지만.. 모유에 없는 영양소가 또 분유에 보충되어 있는 것도 많다고 위로해본다.


꼭 모유수유해야 하나요? 

노산으로 인한 것인지 체질이 그런 것인지.. 꼭 모유 수유를 하고 싶었지만 실패한 엄마의 슬픈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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