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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현옥 Oct 04. 2020

엄마가 원하는 것, 내가 원하는 것

 난 엄마가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들을 나와 동생들을 통해서 이루고 싶어한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이 생각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 이성친구도 만나지 못하게 하고 공부와 성적에 집착하는 것이 환멸이 나고 왜 저러나 싶었다. 당신이 하지 못했기에 자식들을 통해 그 아쉬움을 풀고 싶은 것 아닌가? 삼남매 중 유일한 여자였던 엄마는 둘째였다. 메이크업을 공부하고 싶었는데 항상 ‘돈 없다’소리를 입에 달고 다니는 할머니 때문에 원하는 공부도 대학도 포기하고 상업 고등학교를 가서 바로 취직을 했다고 했다. 그 때문에 자식들은 하고 싶은 것 돈 없어서 못했다 소리하는 것 듣고 싶지 않아 노력했다고 하는데……. 엄마에겐 정말 고맙지만 그 방식이 나에겐 조금 가혹했다. 나는 나일 뿐인데, 그 때의 엄마가 원하던 것을 지금의 나는 원하지 않는데! 그 때문에 우리는 마찰이 잦았다. 엄마와 크고 작게 싸울 때마다 항상 속으로 소리쳤다.


 ‘아우! 우리 엄마는 왜 이래!’


 그러던 내가 성인이 되고 난 뒤, 시간이 흘러 나만의 가정을 이뤘을 때를 많이 상상하게 되었다. 내게 자녀가 생긴다면, 내게 딸이 생긴다면 절대로 나처럼 크게 하지 않을 것이다. 넘치게 아껴주고 외롭지 않게, 부모님이 항상 자신을 사랑한다는 믿음을 당연스럽게 갖고 있는 아이로 자라게 할 것이다. 당당하고 자신감 있되 이기적이지 않고, 배려가 넘치지만 비굴해지지 않는 사람으로 자라게 해야지. 뭐, 어디까지나 가능하다면의 얘기긴 하지만 말이다!


 어찌됐든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나 역시도 우리 엄마처럼 내가 학창시절 간절히 원했던 것을 내 자식을 통해 이루고 싶어하는구나 하고 느꼈다. 내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나간 과거에 가장 되고 싶었던 모습을 내 자식을 통해 이루고 싶어하는 구나. 심지어 내 자식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이러니 실제 내 아이를 품에 안게 되면 이 마음이 얼마나 더 강해질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저 내가 부족했다고 느꼈던 것을 넘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일 뿐인데, 내 아이는 그 과함에 탈이 나서 힘들어할 수도 있겠구나. 나는 그저 내 아이를 너무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 행동인데 정작 아이 본인은 과잉보호라 생각해 답답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자와 송아지에 대한 얘기가 생각난다. 친구였던 사자와 송아지는 서로를 너무도 아낀 나머지 상대방에게 각자가 제일 좋아하는 것을 주었는데, 그 결과 사자는 송아지에게 고기를, 송아지는 사자에게 건초를 주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사자는 풀을, 송아지는 고기를 먹지 않는 법. 두 친구는 오해가 쌓여 서로를 미워하게 되었다가 누군가의 중재로 오해를 풀고 올바른 방법으로 서로를 아껴주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호의로 한 일이더라도 상대방에겐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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