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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재오 Aug 20. 2020

지행합일하는 삶

과거의 나를 후회하지 않기 위하여


정보의 홍수다, 정보 과잉이다라는 식의 표현이 많은 시대다. 알고자 한다면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소스가 너무나 많다. 앎이란 상대적으로 쉬워졌지만, 아는 게 너무 많다 보니 앎을 행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더 어려워졌는지도 모르겠다.

 

월급쟁이 후회의 삼각지대라는 짤. 주가 포인트긴 하다


요즘 부동산과 주식 시장이 3040의 관심을 중심으로 불을 뿜으면서, 월급쟁이 후회의 삼각지대라는 짤이 많이 돌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에 2040 세대들이 쉽게 접하는 코인까지 더 해 삼각지가 된 것. 그때 그럴 돈이 없었다는 게 슬픈 현실이긴 하지만, "그때 그것을 샀더라면"이라는 포인트이다.




많은 이들이 미래의 나에게 후사를 맡기고 과거의 나를 후회한다.


그 후회의 대상은 대부분 앎의 문제라기보다는 행함의 문제다. 그 집이, 그 주식이 괜찮은지는 대부분 다 알지만, (돈이 없어서 매매를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겠지만) 적정한 타이밍에 돈이 있어도 결단을 내리지 못해 그런 경우도 많다. 꼭 투자에만 그럴까? 새해만 되면 영어 공부나 운동을 해야 된다는 것을 알기에, 행함을 결심하지만 이내 바로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현재의 나는 이걸 해야 되는 걸 알지만 여차저차 다른 걸 해야 돼서 또 바빠서, 미래의 나에게 맡기며 미래가 되면 과거의 그때를 후회한다.


20대의 나는 과거를 후회하는 나였다.


지금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20대의 나는 정말 심각할 정도로 미래의 나에게 후사를 맡기고 과거를 후회하는 나였다. 그렇게 너무나 많은 일을 미래의 나에게 맡기고 시간을 낭비했던 과거를 후회하다 보니 대학교를 무려 9년을 다녔고 10년 만에 졸업을 했다. 물론 그 낭비한 시간도 나름의 의미를 부여할 수는 있었겠지만. 그래서 빠삐용에 나오는 "인생을 낭비한 죄로 유죄"라는 장면을 취업할 때 지금 취업 시장에서는 상상도 못 하겠지만 굳이? 자소서에 적으며 나 자신을 반성하기도 했었다.


영화 "빠삐용" 중에서


30대의 나는 "내일부터"라고 말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인생을 낭비한 죄를 반성하고 난 이후 30대에는, 미래의 나에게 후사를 맡기고 과거를 후회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30대 중반부터는 “Yesterday You said Tomorrow” (넌 어제도 내일부터라고 말했잖아!)를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해놓고 다닌다. 그래서 핸드폰 화면을 보면서 혼나는 느낌이 가끔 들 때도 있었지만 30대를 크게 돌이켜보면 작은 후회들은 꽤나 있지만 큰 후회는 없다.


내 핸드폰 배경화면, 30대 중반 이후 쭉 이거다


40대의 과거를 후회하지 않을 나를 위해 "지행합일"을 하고자 한다


30대의 끝자락인 올해, 아들이 생겼다. 아들 보고 “아빠처럼 살지마, 넌 더 잘살아야 돼!”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넌 그저 아빠처럼만 살아라”라고 말할 수 있는 아빠가 되기 위해, 그리고 앞으로 과거의 더 큰 후회들을 하지 않기 위해 앎을 행함으로 바로 옮길 수 있는 "지행합일"의 삶을 살고자 한다. 3년 전 MBA에서 공부를 하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면서부터 글을 쓰고 싶어 졌었다. 그러나 당시 바로는 못하고 미래의 나에게 후사를 맡기고 세월을 보내 그로부터 약 2년 뒤인 작년 초부터 매드타임스에 약 3개월간 격주로 마케팅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꾸준하지는 못했어서 이후 계속되지 못했다. 그리고  후회를 했다. 다시 올해 3월 좋은 기회로 퍼블리 뉴스에서 큐레이터로 활동을 하며 매주 2-3건의 기사 큐레이션에 코멘트를 더해 짧은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수묵화 프로그램(expresii.com)으로  내가 직접 쓴 "지행합일"


그러나 뉴스 큐레이션에 코멘트를 붙이는 것보다는 조금 더 나만의 생각을 담을 수 있는 더 긴 글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부터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다. 사실 이 글도 브런치 신청 후 작가 컨펌 메일을 받은 지 이미 1주일이 지난 뒤긴 하지만, 일단 시작한다. 그리고 앞으로 꾸준히 앎을 글쓰기라는 행함으로 바로 옮길 수 있게 노력하겠다.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라.
살까 말까 할 때는 사지 마라.
말할까 말까 할 때는 말하지 마라.
줄까 말까 할 때는 줘라.
먹을까 말까 할 때는 먹지 마라.

서울대 행정대학원장 최종훈 교수님의 글인데 인터넷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글이다. 사회생활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씀일 텐데, 이 글 또한 행함을 강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지 마라, 말하지 마라, 먹지 마라는 나 자신을 위해 지금 당장은 달콤하고 시원할 수 있겠지만 뒤를 생각해서 조심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가라와 줘라는 나보다 남에게 먼저 베풀고 다가가라는 의미일 것이다. 교수님께서 다시 한번 말씀하실 기회가 있다면 저기에 한 줄을 추가할 수 있지 않을까? "할까 말까 할 때는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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