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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재오 Aug 29. 2020

6개월 아기 아빠의 재택근무 일주일

현대 직장인의 수시제가

이제 막 6개월이 된 아들과 맞는 두번째 재택근무를 지난주 금요일부터 시작했다. (실은 지난주 목요일부터였으나, 이미 예정된 미팅과 면접때문에 목요일은 출근했어서) 지난 3월 코로나가 한창일 때 아들과 맞는 첫 재택근무가 있었으나 그때는 출산한지 얼마 안되어 조리원이었다. 그러니 집에서 맞는 재택근무는 이번이 처음인 셈. 


아기와 함께 집에서 맞이하는 첫 재택 근무


그럼 조리원에서 했던 것과 집에서 한게 뭐가 다르냐고? 조리원에서는 아이가 많이 어리기도 하고, 대체로 조리원에서 케어를 많이 해주기 때문에 내가 육아쪽으로 할일이 많이 없어 상대적으로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많이 다르다. 자아가 많이 형성되는 시기이기도 하고 한창 활발하게 많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시기라 집에서 온전히 일에 집중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런 의문과 우려, 그러나 코로나로부터는 안전하다는 안심함을 가지고 약 일주일간의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아기와 함께 재택근무를 해보니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한번 정리해본다. 




좋았던 점 1. 아기와 함께 지낼 시간이 많다 


재택근무는 필요 시만 외부로 나가게 되기 때문에 출퇴근 시의 이동시간과 그 준비 시간을 아끼게 된다. 각자 다 다른 출퇴근 시 이동 시간을 갖게 되겠지만 내 경우는 왕십리 집에서 삼성역 부근 사무실까지 대체로 도어투도어 기준으로 약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거기에 출근 준비로 소요되는 시간 30분을 더 하면 출근은 70분, 퇴근은 40분 정도로 합치면 약 110분 거의 2시간이란 시간이 세이브되는 것이다. 


수도권 직장인들의 출퇴근 평균 소요시간 (2019년 자료)


거기에 점심 시간 1시간 중 식사하는 시간을 넉넉히 1시간으로 잡으면 추가로 30분이라는 시간이 또 남는다. 그러면 매일 2시간 30분이란 시간을 아끼게 되는데, 이를 본인이 쓰고자 하는 시간에 더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의 경우는 당연히 6개월 아들과 시간을 보내는데 그 시간을 상당 부분 많이 쓰게 됐다. 내 몸은 매우 힘들어졌지만 어린 아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아내의 육아에 대한 부담까지 덜게 되어 일타쌍피의 효과를 누리게 된 것이다. 


점심 먹고 남는 시간에 아들과 놀아주기 (feat. 드라이기 소리 애호가 아들) 


좋았던 점 2. 집밥을 자주 먹게 됐다


아내는 요리를 좋아하기도 하고 잘 하기도 한다. 그런데 아기를 키우는데 너무 힘들다 보니 최근 밥을 잘 못해먹는 일이 많았는데, 내가 육아를 함께 도와주는 데다가 먹을 사람이 하나 추가되다 보니 집밥을 해주었다. 

물론 요리를 좋아하고 잘 하기도 하지만 아기가 있다는 한계 때문에 반조리 식품을 이용하기도 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프레시지 제품을 매우 맛있게 먹었다. 프레시지는 워낙 그 성장세가 높아 회사로서만 알고 있었는데 직접 제품으로 먹어보니 그 대단함을 체감하게 되었고, 앞으로 다른 제품들도 구매해서 먹어볼 예정이다. 


아내가 이번주에 점심 또는 간식으로 해준 집밥들


이렇게 집밥을 먹다보니 평상 시 주로 외식을 하거나 배달을 시켜먹던 것보다 훨씬 저렴하고 더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육아로 인해 제 때 밥을 챙겨먹지 못했던 아내에게는 규칙적 식사 시간까지 주어진 셈이니 이것 역시 일타쌍피인 셈. 


좋았던 점 3. 업무에 더 집중하게 됐다


재택 근무의 좋았던 점을 얘기하는데, 업무 외적인 부분을 몇가지 다뤘지만 사실 이게 가장 큰 본질이다. 사무실에 있다보면 주변에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각종 내부 회의들, 그리고 때때로 피치 못할 부산스러움들이 있는데 집은 나만 컨트롤을 하면 (물론 아기가 있는 집은 좀 다를 수 있고 나 또한 그게 힘들었지만) 보다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그리고 출퇴근 시, 점심시간 시 이동시간에 소모되는 에너지들을 모두 모아 온전히 업무에 투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출퇴근 시 이동시간이 멀수록, 그리고 교통수단이 다양할 수록 체력 소모는 더욱 커지기 때문에 그 에너지들을 아껴 더 높은 생산성을 만드는데 투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재택근무에 관한 칼럼 (논객닷컴 8월 24일자 칼럼)


그리고 한가지 더 추가를 하자면, 재택근무일수록 업무의 결과물이 직관적으로 더 나와야 하기 때문에 더 정신차리고 업무를 할 수 밖에 없다. 매니저나 상관이 각 구성원들의 일하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본인에게 주어진 업무 목표를 특정 기간 내 달성하여 아웃풋을 내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내 경우는 어디에서 일을 하건 꼭 결과물이 나와야 하는 비즈니스이기에 이 점 또한 재택근무라는 점이 더 큰 동기부여가 되었는데, 이 점은 재택근무의 장점이 아닌 단점이 될 수 있는 분들도 꽤 있을 것 같다. 



아쉬웠던 점 1. 콘텐츠 소비할 시간이 줄었다


나는 매일 출퇴근 시간을 통해 팟캐스트를 듣는다. 주로 매불쇼를 듣지만, 경제를 다루는 "신과함께"나 영화를 다루는 "시네타운19" 등 다양한 버티컬을 듣고 싶은대로 듣는다. 물론, 유튜브 클립이나 넷플릭스 미드 등을 볼 때도 있다. 출퇴근 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간이 30분 언더로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비디오 보다는 오디오 콘텐츠를 더 즐겨 듣는 것이다. 


신과함께 시작부터 들었던 내가 다녀온 신과함께 첫 공개방송


좋았던 점 1번으로 꼽았던 출퇴근 이동시간이 없어지면서 생긴 내 시간들을 반대로 보면 없어진 시간이기도 하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은것인지 콘텐츠를 소비할 시간이 줄어서 아쉬웠다. 


아쉬웠던 점 2. 칼로리 소모가 줄었다


이 또한 출퇴근 시, 점심 시간 시 이동시간이 줄어든 것의 아쉬움이다. 생활권이 아예 집으로 한정되다 보니 움직임이 많이 줄었고, 이는 당연히 칼로리 소모가 줄어든 것으로 귀결된다. 그나마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아이와 놀아줘야 된다는 빡센 칼로리 소모 운동이라고 보다는 노동 이 있기 때문에 그나마 낫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찾아서 운동을 하지 않는 이상 칼로리 소모는 어불성설이다. 그래서 많은 인사와 경영 전문가들은 회사에서 구성원들의 건강 관리에 보다 더 신경을 써줘야 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아쉬웠던 점 3. 집에만 있으니 답답하다 (코로나 한정)


아마도 아쉬운 점 중에 가장 힘든 부분이 아닐까. 그러나 이는 현재 코로나 상황에만 한정된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코로나 상황이 아니었다면 지금 과연 재택근무를 했을까? 코로나 때문에 재택 근무를 하게 되어 여러 좋은 점이 있지만 코로나 때문에 못나가서 아쉬운 점이라니 매우 아이러니다. 

자가격리 중 답답하다고 무단이탈하여 실형을 받았다 ㄷㄷ (동아일보 5월 26일자 기사)

자가격리 기간에는 심지어 답답하다고 무단이탈한 20대 남성은 실형을 받았는데, 꼭 자가격리 기간이 아니더라도 코로나로 인한 재택 근무 시 매우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내 경우는 영업으로 인한 외근이 많은지라 이 부분에 있어 특히 더 어려움을 느꼈다. 



재택근무는 현대 직장인들의 수신제가


아기와 함께 일주일동안 집에서 일을 해보니, 수신제가를 하게 됐다. 업무를 하는데 있어 더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일을 했어야 하며 (수신:修身), 육아와 집안일을 자연스레 더 많이 하게 되니 (제가:齊家) 그게 바로 수신제가 아니겠는가. 


수묵화 앱으로 내가 직접 쓴 수신제가 


근데 수신제가라는 표현을 현대식으로 해석해보니, Work and Life Balacne, 즉 워라밸인 듯 하다. 아이가 있는 분들이라면 수신은 Work, 제가는 Life로 두가지 모두를 신경쓰게 되니 둘 사이의 밸런스가 생기고 이는 자연스레 수신제가가 되는 것이다. 코로나 상황이 이번주보다 좀 더 심각해짐에 따라 다음주까지 재택 근무가 더 연장되었는데, 나의 수신제가는 다음주에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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