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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좋기만 한 일도, 다 나쁘기만 한 일도 없다.

의연하게 '나'로 살다가기를..

by 제이쌤

삶은 수많은 폭우 쏟아지는 날들과 잠시 비 갠 날들로 이루어져 있다. 화창한 날인지는 모르겠으나 비가 잠시 개었다.


더 젊은 날에는 폭우를 피하는 법도, 그 속에서 잘 살아가는 방법도 몰랐다. 비를 속옷까지 쫄딱 맞고 서서도 그저 괜찮은 척을 하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그 안에 애들까지 꽁꽁 끌어안고서..


그런데 지금 폭우가 잠시 그치고, 그 속에 서 있던 요즘의 나를 되돌아보니, 폭우 속에서도 꽤 잘 살아내는 법을 터득한 듯 보인다. 언제 그치나 애달프지도 말고, 왜 내가 서 있는 곳만 폭우가 쏟아지는지 원망도 말고, 써봤자 다 맞는 우산 그까짓 거 던져버리고, 우비 입고 씩씩하게 빗길을 걷는다.

아이들도 각자의 우비를 건네주고 똑바로 걷는 모습을 보여주고 가르쳐 보고 있다. 이렇게 걸으면 되는 거라고.


학원 사업에 청신호가 많이 보인다. 하지만 수업을 무리했더니 목소리가 간다. 조심해야 한다. 이제는 안다. 인생사 모든 일이 다 좋기만 하거나 다 나쁘기만 한 일은 없다는 것을. 그래서 좋은 일에 크게 들뜰 필요도, 나쁜 일에 크게 실망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안다. 안다고 해서 다 실천할 만큼 어른은 못 되었어도, 알고 있으니 삶이 조금은 더 여유롭다.


폭우 속이든, 잠시 개인 날이든.. 예정했던 일들을 그냥 한다. 새치가 어느 날 꽂혀 계속 신경이 쓰이는데 염색을 하러 갈 시간은 안 나고, 처음으로 간편하게 할 수 있다는 새치염색약을 사서 오늘 드디어 실행했다. 새치가 내 눈에 안 보이면 된다는 목표는 달성이다.


목이 돌아와야 또 수업을 할 테니, 최대한 목을 아끼며 안마 의자에도 낮잠도 자고, 얼굴에 팩도 하고, 그렇게 나를 돌보는 일들도 미루지 않고 한다.


물론 저녁에는 또 새로운 일을 위한 설명회도 들어야 하고, 일이 남아있지만 말이다. 이 또한 나아가기 위한 한 걸음이다.


삶이 편안해 지기를, 비가 어서 그치기를 바라지 말고, 또다시 폭우를 만나더라도 '또 올 것이 왔구나' 하고, 삶의 방법만 전환하되 나아가는 일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누구를 위해, 누구 때문에 가 아니라 '나'로 살면 가능하지 않을까. 날마다 날마다 조금씩 더 어른이 되어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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