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옹지마
세상일에 100퍼센트 좋지만 하거나, 100퍼센트 안 좋기만 한 일은 의심해봐야 할 일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인생사 새옹지마는 진리다. 세상은 그렇게 균형을 잡으며 돌아가고 있는데, 나에게만 예외일리가 없지 않은가.
학원 개원하고 3개월이 다 되어간다. 이제와 보니 원생도 매출도 두 배가까이 성장했다. 물론 선생님들이 계시니 순이익이 예전보다 두 배인 건 아니다. 하지만 지속 성장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우여곡절 끝에 만난 두 분 선생님은 다행히 책임감 있고 좋은 분들이시다. 나도 완벽하지 못하고, 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선생님들이시니, 단점보다 장점이 많으신 분들임에 그저 감사한다. 무슨 일이든 사람이 다이니, 사람이 먼저이고, 나는 그들의 고용인이 아니라, 한 배를 탄 가족이라 생각하려 노력한다. 다만, 나는 그 배의 선장이니 더 큰 책임감과 노력으로 이 배가 잘 나아가도록 좋은 리더가 되어야 함을 매일 되뇐다.
사업이 순항중이나, 개인사는 또 풍랑을 지나가는 중이다. 20년 평생을 극과 극을 달리며 살아온 우리 부부. 그간은 아이들을 위해 어떻게든 맞추며 살아가는 것만이 답이리라고, 많은 부부들이 다 그러며 살아가는 거라고 나 자신을 다독이며 살아왔다. 그러다 최근에는 좀 다른 생각도 하게 되었다.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는 어떤 것이 옳은 선택일까. '나'로 살아야 나만의 빛을 내며 살 수 있는 나라는 사실을 이미 알아버렸는데, 다시 깬 알을 조각조각 이어 붙여 알속으로 다시 들어갈 수 있는 일인가. 그렇다면 그는 내가 나로 살아감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한 번도 내보지 못하고 살아온 용기로 사업을 점점 확장해 가며 나는 꽤나 용감한 사람이며, 그렇게 삶의 주도권을 내가 쥐고 살아야 살아있는 듯 사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기에, 또 어떤 '선택'도 내 선택지에 겨우 올려놓은 상태가 되었다.
그렇게 삶은 '선택'하며 살아가는 거라고. 용감하게 말하려던 찰나였다. 그러나 역시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터져 나의 선택을 가로막는다. 사람이 죽고 사는 일을 누가 어찌할 수 있겠는가.
건강했던 남편은 계속 검사에 검사를 거듭하는 중이다.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고, 좋지 않은 상황까지도 설명을 들었다.
나는 방학을 해서. 특강까지 열어놓은 상태에서 24시간을 쪼개 이 모든 스케줄을 감당하며 살아내는 중이다.
평생 두 분이서 할머니를 모셔온 내 친정 엄마 아빠는 또 아흔이 넘으신 할머니의 코로나로 큰 일을 겪게 될까 노심초사하신다. 입원해 계신 할머니의 방을 청소하다가 할머니 사탕 봉지를 치우며 일흔 살 내 아빠가 우셨다고 한다. 어쩌면 할머니의 마지막도.. 마음의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엄마라 고맙게도 본인들의 일을 알아서 해내주는 나의 세 아이들. 그럼에도 이런 엄마의 뒷모습을 다 바라보고 있겠지.
흔들리지 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사 새옹지마니,
이런 날들 안에도 또 좋은 점들을 바라보며,
폭풍 속을 굳건히 오늘도,
잘 걸어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