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면 되었다.
과연 정말 이뤄질까 생각했던 나만의 책 출판기.
오늘 1차 보완 원고를 보냈다.
이미 퇴고 작업을 몇 차례 거친 후에 완성된 원고를 투고한지라, 퇴고가 얼마나 고된 작업인지 어렴풋 알고 있었다. 역시나 쉽지 않은 작업이다. 하지만 기꺼이 즐겁게 임하고 있다.
마지막장을 손봐야 하는데, 다 뜯어고치고 싶어 머리에 쥐가 난다. 그래도 결국 나는 해낼 것을 믿는다.
일을 저질러 놓고 결과에 별로 연연하지 않는 건 내 장점이자 단점이다. 과정을 즐기는 나는 글쓰기 역시 그렇다.
나의 책 쓰기, 학원 일, 그리고 곧 방송 출연도 앞두고 있다. 신기하게도 모두 읽고 쓰는 일로 연결된 일이다. 그게 뭐 인생을 얼마나 바꾸겠어 생각한 적도 있지만, 이렇게 그것들은 내 인생을
바꿔나가고 있다.
학원에서 제일 뿌듯한 에피소드도 하나 있다. 도저히 가르칠 수 있을 것 같지 않던 중3 남자아이를 만난 지 한 4개월이 되어 간다. 사춘기가 끝나가는 듯 보였지만 아직 어른에 대한 반항심 가득한 눈빛이 순간순간 번득였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하란다고 할 것 같지도 않았다.
그간 공부도 하고 싶은 과목 공부만 한 번씩 했었다는 아이다. 수업을 듣지 않아 20~30점도 받는 과목도 당연히 있었다. 그 아이가 이번 시험에서 4과목 통틀어 2개밖에 안 틀리는 기염을 토했다.
키가 180이 넘어 나보다 훌쩍 키도 큰 그놈이 얼마나 귀엽고 기특한지 모른다. 나는 그 아이의 강점을 보아 그걸 알려주었고, 공부하는 방법을 코칭했다.
나와 함께 공부한 국어는 만점! 전 과목 시험지를 들고 와 내게 수줍게 자랑했다. 그리고 더 기특한 건 역사 공부도 챙겨보자던 내 말에 나를 무섭게 노려보며 반항의 뜻을 비쳤던 아이였는데 (하하) 처음으로 역사 수행평가도 준비해서 잘 봤다며 준비했던 노트를 펼쳐 보여주는 것이었다. 노트필기가 세상에서 젤 싫다던 놈이었다.
아이가 열심히 했다. 아이의 공을 빼앗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나는 동기부여를 했고, 그것이 감사하게도 아이맘에 가 닿았고, 하려고 마음먹은 아이를 이끌어 주었고, 또 아이가 그걸 잘 따라와 주었기에 얻은 결과이다.
이제 이 아이는 고등학생이 되어 전교 등수 안에 들 날을 꿈꾸는 아이가 되었다. 성적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해주고 싶던 이야기의 산 증인이 되어주었다.
이렇게 열심히 해서 성적이 급상승한 이 아이는 엄청난 자신감을 장착했다. 그와 더불어 열심히 하면 뭐든지 해낼 수 있는 자기 자신이라는 자존감과 자신에게 만족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자족감 또한 마음속에 딱 자리 잡은 것이 보인다.
학창 시절의 이런 경험을 해보는 것이 이 아이의 삶 전체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임이 분명하다. 좌절스러운 순간들도 만나겠지만, 그것을 극복할 힘도 자기 안에 갖추도록 애써야 함을 나는 또 조언해 주려 한다.
이런 아이를 보며 나의 자족감도 채워진다. 그래서 아마도 나는 이 일을 사랑하나 보다. 교습소에서 학원으로 나와 선생님이 두 분 더 계시고 나는 원장이 되었으나, 여전히 수업하는 걸 거의 도맡고 있다.
학원장이 되면 수업을 빼고 운영을 전반적으로 바라보라고 모두들 조언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 수업하는 게 좋다. 내가 잘 못하는 운영을 선생님께 부탁하고, 나는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한다. 물론 시간을 두고 선생님들도 교육하여 함께 잘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 갈 것이다.
많은 교육을 듣고 스터디를 하고 그래도, 결국 답은 내 안에 있다.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메타인지는 나에게도 필요하다. 내가 잘 못하고 잘하는 것을 인정하고
나는 내가 잘 못하는 것을 어떻게 보충할지 고민하고, 잘하는 것을 어떻게 더 살릴지 고민한다.
이런 내 인생의 자족감들이 모여 결국 자존감에도 영양분이 되어줄 것을 믿는다.
이렇게 하루하루 채워가는 하루를 살아낸다. 아픈 가족이 곁에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은 늘 대비해야 하고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순간이 와도 만족하며 살아낸 나의 하루하루가 사라지진 않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