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작은 도로를 하나 건너면 고양이가 한 마리 산다. 지금 집에 이사 오고 이듬해 봄, 우연히 지나가다 연둣빛 눈을 빛내는 흰 고양이를 처음 만났다. 낯선 사람을 보고도 도망가지 않았고 오히려 빤히 나를 쳐다보았다. 신기해서 다가가니 야옹, 하고 인사를 해주었다. 그리고 그 인사가 기뻤던 나는 그날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고양이를 보러 갔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꼭 인사를 나눈 우린 점점 친해졌다. 나는 뜨끈한 고양이의 등을 몇 번이고 쓰다듬을 특권을, 고양이는 자기 영역에서 조금 벗어나더라도 날 보면 야옹! 하고 전력으로 뛰어오는 겁 없음을 얻었다. 집 주변 무인 가게에서 간식을 사다 주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다리가 저리도록 쪼그려 앉아 지켜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늦게 고양이를 보러 나갔다가 밥을 챙겨주는 분을 우연히 만나 이 고양이가 적어도 5년은 이곳에서 지냈다는 것, 그리고 중성화가 되어 있는 암컷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름은 뭐라고 부르나요?”
“그냥 다들 마음대로 부르는데 저랑 제가 아는 분은 사람들이 오면 뛰어온다고 해서 ‘접대냥’이라고 불러요.”
따로 이름이 있었는지 궁금했지만 그건 아니었던 듯 했다. 나는 내 맘대로 ‘냐옹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우리가 함께 한 계절은 어느덧 봄, 여름, 가을을 지나 코끝이 시린 겨울까지 흘렀다. 따뜻한 볕에 누워 정신없이 낮잠을 자던 그 귀여운 모습을 또 볼 수 있게, 빨리 이 겨울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얼마 전 집 부엌에 있는 작은 창문으로도 새하얀 냐옹이의 모습이 보인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겨울이라 따로 지내는 곳이 있는지, 내가 모습을 보고 얼른 뛰어나가도 금세 어디로 갔는지 엇갈려 잘 못 만나는 때가 많다.
그렇게 어디에선가 잘 지내다가 우연히 가끔 마주치면 그렇게나 반갑다. 자주 못 보면 보고 싶고 길 가다가, 밥 먹다가, 피아노 치다가, 번역하다가 그렇게 문득, 불쑥, 시시때때로 생각이 난다.
이런 게 사랑이라면 나는 냐옹이를 무척 사랑하는 것 같다.
"내 걱정은 하지 마!
따스해지면 우린 더 행복해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