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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에타 Sep 23. 2020

정의란 무엇인가

art by Steve Cutts

당신은 전차 기관사이고, 시속 100킬로미터로
철로를 질주한다고 가정해보자. 저 앞에 인부
다섯 명이 작업 도구를 들고 철로에서 있다.
전차를 멈추려 했지만 불가능하다.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이 속도로 들이받으면
인부들이 모두 죽고 만다는 사실을 알기에
(이 생각이 옳다고 가정하자) 절박한 심정이 된다.
이때 오른쪽에 있는 비상 철로가 눈에 들어온다.
그곳에도 인부가 있지만, 한 명이다. 전차를
비상 철로로 돌리면 인부 한 사람이 죽는 대신
다섯 사람이 살 수 있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영국의 도덕철학자이자 법 개혁가 제러미 벤담은 공리주의를 주창했다. 모든 도덕적 주장은 반드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전제해야 한다는 정의관이다. 그에 따르면 5명을 살리기 위한 한 명의 희생은 정당하다. 그 한 사람이 그의 부모나 자식이라면 그의 정당성은 달라졌을까? 벤담은 공동체를 허구의 집단이라 조롱했다. 그러나 인간이 공동체 없이 완벽하게 독립적이고 고립된 자아로서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반면 자유주의자들은 공리주의를 비판하면서 자유주의 정의관을 내세운다. 그들은 자유시장을 옹호하며 사적재산권을 더 엄격히 인정받고 싶어한다. 좌석의 차등 요금제, 영리 병원 모두 자유주의적 정의다. 그들은 복지 정책이 타인의 선을 강요하며 자유를 제한한다고 비판한다. 그렇다면 자유시장 논리에 의해 가난한 사람들이 굶어 죽고 병들어 죽어가는 것이 그들의 정의란 말인가?


공정과 정의는 이 시대 최고의 가치다. 그런데 정의란 무엇인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공정인가 불공정인가? 재벌의 부와 경영권 대물림은 왜 사회적으로 허용되는가? 계급 불평등이나 불공정한 분배는 왜 용인되는가? 법과 제도는 정의의 원칙을 잘 실현하고 있는가?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는 정의로운 경제 시스템인가? 국가는 공동체의 선을 실현하는가? 정의 실현을 위한 자유의 침해는 정당한가? 그렇다면 어디까지 허용 가능한가?


모든 질문에는 결국 답이 있다. 그리고 그 답이 바로 우리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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