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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뇽스 Nov 10. 2022

이태원을 가리지 말아요.

사라졌어요

이름들이 가려졌어요. 잊지 말아야 하기에 기억해야 하는 156명의 이름, 그들의 이야기들이 사라졌어요.


지워졌어요.  

세상은 비겁하게 더러운 붓질로 슬픔을 덕지덕지 덧칠해 지워가며, 2022년 10월 29일 그 밤의 156가지 이야기들을 지우고 있네요.


흐릿해지네요. 

시리도록 슬픈 희생을 어루만질 수 있는, 모두를 휘감고 흔들던 애도의 그림자가 흐릿해지고 있네요. 


돌아가네요.

우리는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 같았던 그 밤의 일들이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네요. 그 밤의 기록들이 생생하지만, 악몽일 뿐이라고 하네요.


구역질 나도록 더러운 싸움들, 이를 중계하는 언론. 그 속에서도 치열하게 기억하고 애도하려는 우리들이지만,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네요.


부탁합니다. 

제발, 감히, 그 어떤 것으로도 그날의 슬픈 이야기들을 가리지 마세요. 

제발, 감히, 그날의 이태원을 가리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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