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읽는 자신있는 태도를 기르다
시험지가 달라졌습니다. 객관식보다 서술·논술형이 많아지고, 국어 이외의 다른 과목도 문해력을 바탕으로 평가합니다. 아이가 비문학 앞에서 멈추는 가장 큰 이유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대부분 비문학 읽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비문학 영역의 글들은 구조가 분명한 경우가 많습니다. 제목이 무엇을 약속하는지, 문단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주장과 근거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고 읽으면 내용이해가 쉽고 그 과정에서 어휘력도 함께 길러집니다. 근심 가득한 마음이 되기 전 잠깐! 이 역량은 AI를 공부 친구 삼아 쑥쑥 키워갈 수 있답니다.
저희 아이는 중학교 입학 후 6월부터 수학 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입학해서 혼자 공부해보더니 "수학은 학원에 다녀야겠다"고 본인이 요청했습니다. 다른 주요 과목은 혼자 공부하고 있는데요, 그 중 가장 즐겁게 대하는 교재가 비문학 교재입니다. 확인해보니 중1 9월 현재 중학교 2학년용으로 나온 비문학 교재를 거의 마쳐가고 있습니다. 권해준 방식대로 읽고 풀고 채점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휘의 파악과 분석, 구조 정리까지 해나가면서요.
이 일이 가능한 건 선행의 개념이 아니라 아이가 비문학을 다양하게 읽는 일을 즐기기 때문일 겁니다. 제 아들은 만화를 너무나 좋아해서 아무리 권해도 만화의 세계 밖으로 발을 딛지 않던 아이였습니다. 고민하던 저는 아이의 만화 탐닉을 영역별로 양질의 만화를 읽히는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이제는 제법 글밥이 많은 청소년 문학이나 책을 잘 읽습니다면, 여전히 만화를 좋아하고 짦은 글 읽기를 즐깁니다. 부모로서 아이가 비문학 텍스트를 편안하게 읽는 모습은 반갑습니다. 이 과정에 챗GPT는 든든한 읽기 친구였습니다. 글의 구조적 파악을 바탕으로 다양한 질문을 이어가는 확장 속에 아이의 독해력, 문해력은 튼튼해지고 배경 지식도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중1인 저희 아들은 기본적인 글쓰기와 읽기를 너무나 싫어하던 아이였습니다. 5학년 겨울방학 때 손흥민 선수를 보러 영국에 가야겠다 결심한 이후, 챗GPT를 활용해서 영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챗GPT는 음성 명령으로 활용하기 좋은 도구이지요. 여러분께서 이미 잘 알고 계시다시피 말하기와 글쓰기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영어를 잘 하고 싶다는 아이의 바람을 이루기 위해서는 원하는 바를 챗GPT에게 정확한 프롬프트로 입력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AI에게 바라는 바를 제대로 명령"해야 했기에 아이는 국어 글쓰기, 말하기를 거쳐 영어 글쓰기, 말하기로 이어지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아이의 글쓰기 실력, 특히 국어 실력이 덩달아 좋아지는 아이러니한 경사(?)가 일어났습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사용자가 먼저 읽고 생각하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저의 저서 <챗GPT 초등글쓰기상담소>에서도 여러 번 말씀드렸듯 "인공지능을 나의 생각을 나누는 친구"로서 활용해야 제대로 된 실력과 성장이 따라옵니다. 단순히 결과물을 출력하는 도구로서만 사용하면 의미가 없는 것이지요.
다음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문해력 독해력을 키울 수 있는 현명한 과정입니다. 이름은 각 단계의 이니셜을 따서 WISE 루틴이라고 지었습니다. 첫 단어를 watch로 사용한 것은 부담없이 일단 교재를 펴고 '보기부터 시작하자'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예시로 든 프롬프트는 시작하는 디딤돌로 삼으시면 됩니다. 만일 변형이 어렵다고 느껴지시면 예시 프롬프트를 복사하여 챗GPT에 입력하세요. 그리고 자녀의 연령과 학년, 교과 내용등을 함께 업로드하여 학습시킨 후 다양한 변형 프롬프트를 제안해달라 하면 됩니다.
먼저 아이 혼자 1회독. 모르는 말, 중요한 문장, 의문이 드는 대목에 각각 표시합니다. 그리고 그 페이지를 촬영하여 GPT에 입력하세요. 입력한 후 다음처럼 프롬프트를 입력해보세요.
<어휘 및 의미를 모르는 문장 이해를 위해 :표시한 단어와 문장의 의미를 중학생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글의 맥락에 따라 함께 파악해보자. 그리고 내가 그동안 입력했던 나의 생활과 연관지어 예문을 만들어 설명해줘. 이해가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도 표시해두었으니 네가 나의 이해하기 좋게 단계적으로 질문하며 진행해보자.>
챗GPT는 사용자 맞춤형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평소 아이가 다양한 영역의 탐색과 탐구, 대화를 AI와 나눌 수 있도록 부모님이 곁에서 함께 격려하고 지켜봐주세요. 아이가 입력한 정보가 많을수록 AI는 사용자 맥락을 파악하여 더 풍성한 답을 출력한답니다.
교과서라면 단원별 학습 목표를 활용하면 좋습니다. 문제집이라면 문제집 옆단이나 본문 뒷페이지에 나오는 각종 용어와 해설 부분을 함께 촬영해서 입력 후 공부해보세요. 용어와 문장을 풀어 읽고, 각 문단의 기능(문제 제기/설명/예시/반론)을 확인합니다. 주장·근거·예시 등으로 나누어가며 함께 글을 분석해보세요. 이때 꼭 손으로 입력하지 않아도 됩니다. 음성 녹음 기능을 활용하여 이야기하듯 진행하면 발표와 면접, 토론 연습까지 덩달아 된답니다.
[프롬프트 예시]
이 글의 낯선 용어와 어려운 문장을 초등(또는 중등) 눈높이로 풀어줘.
문단별 기능(문제 제기/설명/예시/반론)도 한 단어로 라벨링해줘.
주장·근거·예시를 색상이나 기호로 구분하도록 간단한 틀을 제시해줘.
글을 읽은 후 "무슨 내용이야?"라고 물어보면 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긴 글이라도 결국은 핵심 아이디어 하나에서 출발하게 되지요. 작은 씨앗 하나가 거대한 나무로 자라는 것과 같습니다. 평소 글을 읽고 글 전체를 요약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 봅니다. 처음에는 어려우니 AI에서 요약의 예시를 일부 보여달라 요청하세요. 예를 들어 5문단의 글이라면 3문단은 AI가 먼저 정리한 내용을 보고 나머지는 아이가 먼저 정리한 후 AI에게 입력하는 것이 좋습니다. AI가 정리해 준 걸 베껴쓰기보다 참고는 하되 스스로 정리해야 합니다. AI시대 개인이 가진 독창성을 더욱 강조될 것이고 창조성은 앞선 정보를 비판적으로 요약, 정리, 재해석하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문장으로 쓰기 힘들어 하는 아이는 키워드로만 정리하게 해주세요. 처음부터 무리하게 진행하면 부정적인 경험만 누적됩니다.
[프롬프트 예시]
내가 한 문장 요약을 먼저 써볼게. 틀린 점이나 빠진 논지를 구체적으로 지적해 줘. 그다음 세 문장 요약의 틀(주장-핵심 근거-의미)을 제시하고, 내가 채우면 피드백을 줘.
다양한 텍스트가 우리에게 주는 최고의 효용은 "간접경험"과 "배경 지식의 확대"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글을 읽어도 내 삶에 의미가 없다면 소용없겠지요. 아이애개 글에 나온 생각과는 다른 관점 하나, 글에서 본 내용을 우리 집·학교와 연결하여 생각해 보도록 프롬프트를 만들고 입력한 후 생각해보게 해주세요. 우리가 글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나의 삶"을 풍성하게 살기 위해서니까요. “만약 ~라면?” “반대 입장은?”"내 생활에서 찾아본다면?" 등의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하세요. 생각이 막힐 때 AI에게 브레인 스토밍을 도와달라는 프롬프트를 입력해도 좋습니다.
[프롬프트 예시]
같은 주제에 대한 다른 관점 1개와 반론 근거 1개를 제시해줘.
우리 집/학교 사례와 연결되는 질문 1개도 만들어줘.
마지막으로 내가 선택한 관점에 대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쓰게 코칭해줘.
위의 과정을 거치면 읽기→이해→정리→확장까지 아이의 독해, 문해력 근육이 보이지 않게 튼튼해집니다. 챗GPT를 비롯한 많은 생성형 AI의 특징은 "입력하지 않으면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유튜브나 기타 다른 SNS처럼 무차별적인 노출이 이루어지지 않기에 생각하고 읽고 쓰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낯설 수 있지만 일상 속 꾸준한 활용이 아이의 AI 리터러시를 키우고 미래 문해력을 강화하는 지름길이 됩니다. 매일 조금씩 자주 사용하도록 격려해주시고 아이가 비문학 글을 자신있게 읽을 수 있는 근육을 키워주세요.
<집에서 바로 써먹는 활용 사례>
꼭 문제집만 독해 교재로 삼지 않아도 됩니다. 예를 들어 가정통신문이 왔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해당 문서를 촬영 업로드 후, 위에서 말씀드린 단계를 차례로 시행해보세요. 수행평가 준비 전략을 세울 수도 있고 시험 계획을 마련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와 말글 줄글로 한줄씩 읽어본 후 내용을 정리하여 "현재까지 이야기 한 내용을 표로 정리해줘"라고 하면 할 일 리스트가 바로 생성됩니다. 각종 행사나 기타 안내문이라면 그와 관련된 어휘를 파악하고 관련 뉴스나 기사를 찾아서 함께 생각해 볼 수도 있고요. 우리 주변에는 생각해 볼 거리가 무궁무진하답니다.
<부모의 역할—정답이 아니라 질문 코치>
아이 대신 요약해 주는 손길은 잠깐 도움이 되는 듯 하지만 오래 남지 않습니다. 부모의 역할은 기다리고 아이의 거울이 되어 질문을 돕는 것입니다. “어떤 문장이 주장 같아 보여?”, “그걸 뒷받침하는 근거는?”처럼 아이의 생각을 밀어주는 질문이 효과적입니다. 또한 개인정보는 최소화하고 임시 대화나 데이터 제어를 활용해 안전 습관을 함께 심어 주세요. 마지막으로 노트 하단에 함께 뽑은 오늘의 베스트 질문 1개를 적어 두면, 스스로 사고한 흔적이 성취감으로 남습니다.
<프롬프트 예시>
너는 우리 집 비문학 선생님이야. 내가 붙여넣는 글을
1) 모르는 말 3개, 2) 핵심 문장 2개, 3) 내가 더 알고 싶은 점 1개로
분류하도록 질문만 해줘. 정답 말하지 말고, 내가 표시하게 유도해줘
<알림> 현직 17년차 중학교 교사인 솔아 작가님께서 중학교 공부 비법을 전수해 주신 글을 소개합니다. 국어 과목의 의미와 공부 방법을 알고 인공 지능을 활용한다면 국어 실력이 몰라보게 좋아질 겁니다. 기타 과목 공부 방법이 궁금하신 분들은 <언니 중학교 얘기 좀 해줘요 2권>을 참고하세요.
https://brunch.co.kr/@irijae/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