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에 이어서 비타민 D에 대해서 한 번 더 설명하고자 한다. 비타민 D 수치는 무엇에 따라 달라질까? 우선 위도와 계절이 큰 영향을 준다. 인간의 피부색은 UVB 햇빛에 적응해 진화해 왔다(Jablonski et al., 2010). 적도처럼 햇빛이 강한 지역에서는 피부가 짙어져 과도한 자외선 손상을 막고, 반대로 햇빛이 약한 고위도 지역에서는 더 효율적으로 비타민 D를 합성하기 위해 피부색이 밝아졌다.
하지만 현대에는 이런 환경 적응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때도 있다. 원래 햇빛이 강한 지역에서 진화한 사람들이 북쪽 지역에 살면, 피부가 햇빛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해 비타민 D 부족이 쉽게 나타난다. 이는 뼈 건강, 면역 기능 등에서 불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비타민 D를 보충제나 음식을 통해서 적정량 섭취하는 것도 권장된다.
Aghajafari 등(2013)은 비타민 D와 임신 건강의 관계를 연구했다. 1980년부터 2012년까지 22,000명 이상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 D 수치가 낮은 여성은 임신성 당뇨, 자간전증, 저체중아 출산 위험이 더 높았다. 또한 비타민 D 부족은 세균 감염과도 관련이 있었지만, 제왕절개율과의 관계는 명확하지 않았다. 결국, 임신 중 비타민 D 충분 섭취는 엄마와 아기 모두의 건강에 중요하다는 결과였다.
남성에게도 비슷한 결과가 있다. Blomberg Jensen(2016)의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 D 수치가 높은 남성일수록 정자 건강이 좋았다. 비타민 D가 낮은 남성은 정자의 운동성도 떨어지고 형태도 더 불규칙했다. 실험에서는 비타민 D가 정자가 칼슘을 흡수하는 데 도움을 주고, 수정에 필요한 준비를 돕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래프 1은 비타민 D 수치와 정자 운동성의 관계를 보여준다. 특히 비타민 D 수치가 25 nmol/L 이하인 그룹과 75 nmol/L 이상인 그룹 사이에서는 운동성에 유의미한 차이(P=0.027)가 나타난다. 하지만 중간 수치(2550 nmol/L, 5075 nmol/L) 그룹 간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결국 비타민 D 수치가 충분히 높을수록 정자가 더 활발히 움직인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래프 2에서는 정자가 앞으로 잘 나아가는 운동성과 비타민 D 수치의 관계를 보여준다. 비타민 D가 25 nmol/L 이하일 때보다 75 nmol/L 이상인 그룹에서 전진 운동성이 뚜렷하게 높아진다(P=0.035). 하지만 중간 단계에서는 통계적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즉, 비타민 D 수치가 충분히 높을수록 정자가 더 효과적으로 전진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프 3은 정상적인 모양을 가진 정자의 비율과 비타민 D 수치의 관계를 보여준다. 역시 25 nmol/L 이하 그룹과 75 nmol/L 이상 그룹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P=0.044)가 있었다. 중간 그룹 간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었지만, 비타민 D 수치가 높을수록 정자 모양이 정상적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경향을 보여준다.
Borsche 등(2021)은 비타민 D 부족과 코로나19 중증도의 관계도 분석했다. 7개 병원의 자료를 종합해 분석했더니, 비타민 D 수치가 낮은 환자일수록 중증, 입원, 사망 위험이 더 높았다. 특히 비타민 D 수치가 50ng/mL 이상이면 사망 위험이 거의 0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결과도 제시됐다. 물론 모든 질병의 원인을 비타민 D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면역력 조절과 염증 억제 측면에서 비타민 D의 역할은 무시할 수 없다.
비타민 D는 단순한 비타민이 아니다. 몸속에서 호르몬처럼 작용하며, 뼈와 근육, 면역계, 심장, 심지어는 암 예방까지 폭넓게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비타민 D 부족은 흔하다. 미국 성인 인구의 약 40%가, 한국에서는 남성 75.2%, 여성 82.5%가 비타민 D 부족 상태라는 연구도 있다. 부족하면 삶의 질이 떨어지고, 뼈·근육 문제부터 당뇨, 암 위험까지 높아진다. 유전적 요인과 거주 지역, 피부색에 따라 개인차가 있지만, 누구나 햇빛 쬐기, 비타민 D가 풍부한 음식 섭취, 필요할 땐 보충제로 건강을 챙길 수 있다. 비타민 D 수치 관리야말로 장기적인 건강과 삶의 질을 지키는 가장 쉬운 방법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