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와 침대 같이 쓰기? 같은 방에서 다른 침대 쓰기? 아니면 분리수면?
하루를 마치고 아기와 마주한 밤, 그 시간이 꼭 평온하지만은 않습니다.
누구보다 소중한 아이가 자는 동안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많은 부모님들이 공감하시리라 생각해요.
오늘은 ‘영아 돌연사 증후군(SIDS)’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현실적인 수면 환경 가이드와 연구 결과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오늘의 보고서 내용 시작해 보겠습니다.
아무런 징후도 없이 건강하던 아기가 잠자는 동안 갑자기 사망하는 현상을 ‘영아 돌연사 증후군(SIDS)’이라고 부른다. 의료 기술이 발전한 지금도 그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여전히 많은 부모들과 연구자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SIDS는 대부분 수면 중에 발생하기 때문에, 아기가 자는 환경이 이 위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어져 왔다. 시대에 따라 아기를 어떻게 재울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달라지면서, 다양한 수면 방식과 권장 지침이 생겨났다. 이 글에서는 ‘수면 환경’이라는 관점에서 아기의 안전을 살펴보려 한다. 특히 부모와 같은 방에서 자지만 침대는 따로 쓰는 방식과, 같은 침대를 함께 쓰는 방식이 SIDS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아기들은 대체로 아래 세 가지 방식 중 하나로 잠을 잔다.
첫 번째는 부모와 같은 방에서 자되 침대는 따로 쓰는 방식이다. 아기는 부모 곁에서 자지만, 아기 침대나 요람처럼 독립된 공간에서 잠을 자는 것이다. 미국소아과학회(AAP)는 이 방식을 가장 안전하다고 보고 있으며, 영아 돌연사 증후군의 위험을 최대 50%까지 줄일 수 있다고 권고한다.
두 번째는 부모와 같은 침대를 함께 쓰는 방식이다. 아기가 부모의 옆자리에서 함께 자는 것으로, 모유 수유를 쉽게 하고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연구에 따르면 이 방식은 환경에 따라 SIDS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세 번째는 아기가 혼자 다른 방에서 자는 독립 수면 방식이다. 특히 서구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으로, 아이의 독립성을 키운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아기가 위험 신호를 보냈을 때 부모가 곧바로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예전에는 부모와 아기가 함께 자는 것이 전 세계적으로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McKenna(1996)는 아기와 가까이에서 자는 방식이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생겨난 본능적인 습관이라고 말한다. 체온을 나누고, 포식자로부터 보호하며, 수유를 더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물학적으로도 여러 이점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산업화와 함께 서구 사회에서는 이런 수면 문화가 점점 줄어들었고, 지금은 나라와 문화에 따라 아기 수면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달라졌다. 예를 들어, 영국과 유럽 일부 국가들은 부모가 아기와 함께 잘 가능성을 인정하고, 위험을 최소화하는 실용적인 조언을 중심으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반면 미국에서는 부모와 아기가 같은 침대를 쓰는 것을 명확히 금지하는 쪽에 더 가깝다(Blair et al., 2020).
Carpenter 등(2004)은 유럽 20개 지역을 대상으로 사례-대조 연구를 진행해, 아기의 수면 환경이 SIDS 발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생후 3개월 미만의 아기가 부모와 같은 침대를 쓸 경우 SIDS 위험이 무려 5배(AOR 5.1)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모가 흡연을 하지 않고 음주나 약물 사용도 하지 않은 경우에도 이 위험은 분명하게 드러났다. 반대로 아기를 부모와 같은 방에 두되, 침대는 따로 쓰는 방식은 가장 안전한 수면 환경으로 확인되었다.
이와 관련된 다른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표 1을 보면 아기가 모유 수유 중이며, 부모가 흡연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같은 침대를 쓰면 SIDS 위험이 약 2.7배 높아졌고, 여기에 흡연이나 음주 같은 요소가 더해지면 위험도는 최대 15배 이상으로 뛰어올랐다. 결국 아기의 수면 환경은 단순히 침대를 함께 쓰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 환경 전반—예를 들어 수유 방식, 부모의 생활 습관, 침구 상태 등—을 함께 고려해야 더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다.
Blair 등(2020)의 연구에 따르면, 아기가 생후 첫 몇 주 동안 부모와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모유 수유를 더 오래, 더 자주 유지하는 경향이 있었다. 실제로 그림 1에서는 침대를 공유한 경우 수유 지속률이 높게 나타났으며, 이는 모유 수유가 SIDS 위험을 낮추는 보호 요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그림 2에 나오는 ‘C 자세(cuddle curl)’처럼 아기와의 밀접한 접촉을 유지하면서도 질식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수면 자세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침대를 함께 쓰는 모든 방식이 위험하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실제 많은 부모들이 택하고 있는 이 현실적인 수면 환경 속에서 어떻게 하면 더 안전하게 아기를 재울 수 있을지에 대한 안내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에는 SIDS가 단순히 수면 환경 때문만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Harrington 등(2022)은 SIDS로 사망한 아기들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부티릴콜린에스터레이스(Butyrylcholinesterase, BChE)라는 효소 수치가 유의하게 낮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효소는 호흡과 심장 박동처럼 우리가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생명 유지 기능을 담당하는 자율신경계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 그림 6에 따르면, SIDS 아기들의 평균 BChE 수치는 5.6U/mg로, 일반적인 사망 아기(7.7 U/mg)나 건강한 아기들보다 현저히 낮았다. 이 결과가 더 검증된다면, 앞으로는 신생아 시기에 이 효소 수치를 검사해 SIDS 고위험군을 조기에 찾아내고, 그에 맞는 맞춤형 예방 전략을 세울 수 있는 가능성도 생긴다.
수면 환경과 SIDS의 관계를 문화권별로 비교한 그림 4는, 단순히 침대를 함께 쓰는 것 자체가 위험의 전부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일본과 네덜란드는 부모와 아기가 같은 침대에서 자는 비율이 높지만, SIDS 발생률은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반면, 침대 공유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일부 서구 국가들에서는 오히려 SIDS 발생률이 더 높게 나타난다. 이러한 결과는 SIDS 위험이 단지 침대 공유 여부보다는, 흡연, 음주, 수면 환경의 안전성 등 주변 조건과 어떻게 맞물리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부티릴콜린에스터레이스(Butyrylcholinesterase, BChE)는 자율신경계 기능에 관여하는 효소로, 호흡이나 심장 박동처럼 우리가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생명 유지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효소는 신경 전달물질을 분해해 자극을 조절하는 데 기여하며, 체내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생리적 기전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이 효소의 활성도와 SIDS 사이의 연관성이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신생아의 혈액 샘플을 분석해 BChE 효소의 활성도를 측정했으며, 세 그룹으로 나누어 비교했다: 이후 SIDS로 사망한 아기, 다른 원인으로 사망한 아기, 그리고 건강한 대조군 아기들이다. 그 결과, SIDS로 사망한 아기들은 BChE 활성도가 평균 5.6U/mg로, 다른 그룹들보다 유의미하게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 차이는 생물학적 취약성이 SIDS 위험과 관련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향후 신생아 스크리닝에 활용될 가능성도 제시한다.
나라별로 아기 수면 방식에 대한 공식 가이드라인은 조금씩 다르다. 미국소아과학회(AAP)는 부모와 아기가 같은 침대에서 자는 것을 명확히 금지하고, 같은 방에서 자되 침대는 따로 두는 방식을 가장 안전한 수면 환경으로 권장한다. 반면,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NHS)는 많은 부모들이 실제로 침대를 함께 쓰고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위험을 줄이는 방법을 안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Blair et al., 2020).
이처럼 문화적 배경과 현실적인 양육 환경을 함께 고려하면, 수면 방식에 대한 권고도 단순한 금지보다는 현실적인 안전 가이드라인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같은 방에서 자되 침대는 따로 쓰는 것이 가장 안전하지만, 부모가 침대를 함께 쓰는 선택을 할 경우에도 피해를 줄이는 방법은 분명 존재한다. 예를 들어, 아기를 폭신한 이불 위에 재우지 않기, 단단한 매트리스를 사용할 것, 흡연이나 음주를 피할 것 등이 있다. 또한 최근 주목받고 있는 부티릴콜린에스터레이스(BChE) 같은 생물학적 표지자에 대한 연구가 더 발전하면, 고위험 아기를 조기에 발견해 보다 맞춤형 예방 전략을 세울 수 있는 길도 열릴 수 있다.
미국소아과학회(AAP)는 안전한 수면을 위한 권고사항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특히 영아 돌연사 증후군(SIDS)과 수면 중 사고를 줄이기 위해, 수면 습관과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이 권고안은 근거의 강도에 따라 A, B, C 세 단계로 나뉘며, A단계일수록 과학적으로 가장 강하게 뒷받침되는 기준이다.
A단계 권장사항: 수면 안전의 기본이 되는 원칙, 수많은 연구를 통해 효과가 입증됨
아기를 재울 땐 항상 등을 대고 눕히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SIDS 예방 전략이다.
침대는 단단한 매트리스와 잘 맞는 시트를 사용하는 것이 좋고, 너무 부드러운 이불이나 베개, 인형은 피해야 한다.
아기를 부모 방 안에 두되, **침대는 따로 두는 방식(room-sharing)**이 SIDS 위험을 절반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수유는 SIDS 예방에 도움이 되며, 특히 모유 수유는 그 효과가 크다.
공갈젖꼭지를 재울 때 제공하는 것도 SIDS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과도한 체온 상승도 위험 요인이므로, 아기를 너무 두껍게 입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흡연이나 음주는 아기 수면 중 사고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
가정용 심박수·호흡 모니터 등은 SIDS 예방에 효과가 없다.
이러한 기본 수칙들을 의료진, 부모, 보호자 모두가 인지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공공 캠페인을 통해 널리 알리는 것도 강조되고 있다.
Level B: 근거는 있지만 조금 약한 권장사항
B단계는 SIDS 예방과 간접적으로 연관된 권고안들이다. 근거는 있지만, 효과가 A단계만큼 직접적이진 않다.
예방접종은 권장되며, 일부 연구에서는 백신 접종이 SIDS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시중에는 SIDS를 예방한다고 주장하는 여러 제품들이 존재하지만,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없다.
깨어 있을 때의 **엎드려 놀기(tummy time)**는 근육 발달과 머리 모양 교정에 도움이 되므로, 꼭 습관화할 필요가 있다.
Level C: 넓은 차원의 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
C단계 권장사항은 SIDS 예방과 직접적인 관련은 적지만, 사회 전반에서 수면 안전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담고 있다.
신생아 중환자실(NICU)이나 소아과, 어린이집 등에서 전문가들이 부모에게 안전 수면 수칙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제품 제조사나 미디어도 AAP 가이드라인을 반영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오해를 줄이고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SIDS의 원인과 관련된 생물학적·환경적 요인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계속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된다.
이러한 다층적인 권고사항들은 아기들의 수면을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자, 부모와 사회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변화의 방향이기도 하다. 하지만 알아두어야 할 점은, 영국이나 일부 유럽 국가들에서는 부모와 아기가 함께 자는 현실을 인정하고, 단순한 금지보다는 보다 안전하게 수면 환경을 꾸리는 방법을 안내하는 ‘피해 최소화 전략(harm reduction)’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모든 나라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지는 않으며, 각 문화와 현실에 맞게 수면 안전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다.
부모의 수면 환경 선택과 SIDS에 대한 논의는 단순히 찬성과 반대를 나눌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문화적인 배경, 과학적 안전성, 그리고 생물학적인 요인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인 주제다. 여러 연구들은 부모와 아기가 같은 침대를 쓰는 것이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동시에 모유 수유의 보호 효과나 실제 양육의 현실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단정 짓기보다는, 부모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환경에 맞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접근이 더 현실적이고 필요하다. 금지가 아니라, 이해와 안내를 중심에 둔 유연한 태도가 아이의 안전과 가족의 일상 모두를 지키는 데 더 가까운 길일지도 모른다.

1994년 미국에서 시작된 ‘등으로 재우기(Back to Sleep)’ 캠페인은
그 단순한 수면 습관 하나가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줍니다.
SIDS 발생률은 확연히 줄었고, 많은 부모들이 더 안전한 밤을 선택하게 되었죠.
이 글도 누군가에게 그런 작지만 중요한 변화의 시작이 되길 바랍니다.
따뜻하고 조용한 밤, 아이도 부모도 더 안심할 수 있기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