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시
안 미치려고 미친 척하는 것. 미치지 않기 위한 차선책이야. 구부러진 농담을 건네거나 생판 낯 모르는 낯선 사람의 배역을 맡아보는 것. 무엇이 우릴 구원할 수 있겠어? 책장을 열고, 공연장에 가서 앉고 영사막을 마주 보고 해 지는 방향으로 걷는 것. 그러다가 우연히 아는 얼굴을 마주치면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고 표정을 좀 수정하고. 일반적이고 보통의 사람들로 사는 것을 증명하는 것. 흐드러지게 핀 꽃나무 앞에서, 흩날리는 꽃잎이 눈인 듯 낙하하는 거리에서 피었다는 진다는 점에서 세상은 그래도 공평한 것 같다는 착각에 희미하게 웃어 보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