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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by 정다운 너

죽음이 나를 침범한다.


달리는 나의 옆에서 나를 뒤좇던 그것은 나의 속도를 따라잡더니 기어코 나의 속도를 따라잡으려 들면서 또다시 달려가는 나를 밀쳐 세운다. 빠르기, 속도를 높인 바람, 바람의 강도, 속력의 압력이 나의 진행을, 나의 존재를 밀어붙이고 멈춰 세운다. 속도를 줄이는 것이 유일한 살 길인 양. 나는 점점 느려지고 가려던 의욕을 잃어버리고, 가던 길이 맞는지 갸우뚱하고 여기가 어디인지, 도대체 내가 누구인지, 누구였는지, 곁에 있었던 사람이 어디 있는지 따져 묻는다. 기억해 낸 기억들에게 다시 길을 묻는다. 여기가 어디인지. 내가 누구인지.


죽음은 멀지 않고 삶은 침범당한 실책으로 바람이 없는 날에도 흔들린다. 새가 날아가는 진동에 흔들리며 같이 흔들리는 것만이 유일한 일인 듯 그저 제 몸을 파문에 맡긴다. 몸을 띄운다. 피었다 낙하하는 꽃잎이란 얼마나 황홀한가. 함께 지는 슬픔이 얼마나 찬란한가. 길가에 내려앉아 봄이구나, 하는 행인의 발끝에서 그저 짓이겨지는 것으로 삶은 얼마나 당연한 것인지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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