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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끝나고 난 후

by 정다운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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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에는 시적인 요소와 소설적인 요소와 음악적인 요소와 회화적인 요소가 담긴다. 무대라는 공간에 배경과 의상의 조화를 통화 인물의 성격과 역할을 부각시키고 고조된 시각화로 관객을 가상의 공간에 초대한다. 막과 막 사이에 그리고 시작과 중간, 클라이맥스와 마무리에 소리와 음악을 삽입하여 그 가상의 환상성과 집중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사건과 발생과 전개, 해결 혹은 미해결이라는 서사 속에는 짧거나 긴 호흡, 대사를 통한 의미의 전달을 꽤하는데, 이 모든 과정은 결국 입체화된 한 편의 거대한 시라고 나는 생각한다. 게다라 한 편의 공연은 단 한 번의 시연으로 완성된다는 점에서 삶이라는 인간의 유한한 시간성을 공연의 형식 속에서 표현하는 방증으로 읽힌다. 영화만큼이나 연극이 매력적인 이유를 나는 그렇게 해석한다.

함부르크에 가기 전에 관람할 수 있는 공연 정보를 찾아보다가 알게 된 Motte. 이곳은 그런 나의 기대에 호응하며 이전에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공연을 보여주었다. 영어로 진행되는 작품, As you want it은 작은 소극장 규모의 극장에서 장장 2시간에 걸쳐 상연되었는데, Tony라는 진행자의 주도하에 각 배우의 창의성과 경험, 즉흥적인 재치와 순발력이 씨줄과 날줄을 이루며 하나의 즉석 공연을 직조해 냈다.


연극 시작 전의 무대, Theater Motte


상당히 비정기적으로 상연하는 이 작품은 관객의 선택과 취향을 반영하는 독특한 컨셉으로 이야기의 끝을 알 수 없는 흥미진진한 시간을 선사한다. 그래서 공연의 제목은 As You Want it이다.

https://www.yesticket.org/event/en/as-you-want-itmotte-20-06-25



도대체 이 공연이 무슨 이야기인지는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 앞서 말했다시피 공연은 순수하게 As you want it이기 때문이다.


주말이든 평일이든 찾아볼 수 있는 공연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큰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문화의 혜택이라는 장점이 새삼스럽게 느껴졌고 ‘연극‘이라는 구심점을 중심으로 예술가와 문화인이 완성해 내는 문화창작활동에 한 사람의 관객으로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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