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예정된 슬픈 날씨였다. 숫자 6이 보였고
불길한 꿈자리를 애써 지우려 입을 닫았다. 아무말도 입밖에 내지 않았다.
이 시간이 지나가면 명확해진다고만 생각하다가
얼른 잊어먹길 잘 하는 습관을 품고
장을 보고 그에게 선물된 새 신발에 대해 인사치레를 했다. 구름낀 날씨였던가 화창한 오후였던가.
수요일을 맞았다.
테엽을 감아
되감아
시간을 돌리고 인사치레를 하며 장을 보는 월요일과 산책하는 화요일과.
새로 신은 신발이 문제였을까.
그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선 것이 문제였을까.
너의 서늘한 옆모습은 이미
달아나는 중이었고 나는 어떤 예감을 숨겨 삼켰다.
당신과 나만 아는 크리스마스 선물의 목록.
시간을 돌려도 습관은 변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너에게 쓰지 못한 크리스마스 카드와 생일 축하 카드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 너와 나의 결혼기념일과
자못 진지하게 25년을 35년을 해로하면 더 크게 파티를 열자던 입말린 이야기가
나는 아주 달콤했었다.
사실은 사실인 채로 물들고
품었던 시간을 사라지지 않은 채 머문다.
빗물은 고이고
예정된 날짜가 예고된 비를 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