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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소란

by 정다운 너




여름.

고온과 고열이 대기를 데우고 대지를 데우고

겨울이 없는 것처럼 달아오른다.


네가 사랑한 그 초록이 잎마다 걸리고

가지마다 춤추고

그 사이를 스치는 바람이 싱그럽고

해가 저물며 더위를 삼키고

여름밤이 깊어가고

겨울이 멀어지고

겨울이 멀리 가고


하늘에 붙박인 별들이

소담소담 스치우다

아쉬움으로 땅으로 떨어져 꽃으로 핀다.


돌틈에서 피어오르는 그 기적을 우리는 기억한다.


땅의 기억이,

씨앗의 기억이 하릴없이 들꽃으로 피어나고

사라지는 것으로 남겨지는 것들이 바람으로 불어온다.


신록으로 눈부신 초록이 쓸리며 반짝인다.

흔들리며 피어난다.

손을 뻗어 마주친다.


여름의 소란이 대지에서 나이테를 그린다.





2025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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