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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없는 겨울

by 정다운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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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은 겨울이었고 열차는 달리고 있었다.

기억에 없는 경유지와 평이한 시간이 12월에 늘어섰다.

카메라에 담지 않아도 눈 감으면 떠오를 시간. 망각의 늪이라는 걸 모른채

카메라에 담지 않으면 도무지 떠올리지 못한 시간을 자꾸만 뒤로 보내며

그해 겨울에 무슨 희망으로 새해를 맞이했던가.

정답게 나누던 새해인사는 그에게 전달되었나.

봉투에 담아 건넨 성탄 카드에서 마주치는 너의 이름과 나의 이름.

겨울은 언제나 길고 먼데

여름이 되면 세상에 겨울이란 게 없었다는 듯

기억에서도 사라진다. 사진 속에서야 가까스로 그려지는 하얀 풍경.


겨울이 없었던 것처럼 돋아나는 초록 잎사귀들.

도자기처럼 반짝이며 숨을 고르는 초록잎 담장. 겨울이 없는 것처럼 겨울을 품고서

여름을 서성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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