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바쁘게 살수록 삶은 공허해질까?

'신(新) 쉼포사회'에서 의미 있게 살아가기

by 마네 Choi


'신(新) 쉼포사회'


오늘 읽은 기사에서 눈길을 잡아 끈 단어입니다. '더 많은 수익을 위해 저녁과 주말까지 스스로 휴식을 반납하고 장시간 노동을 선택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본업 후 부업을 하는 사람들이 62만 명을 넘어섰고, Z세대의 79%가 부업을 생각합니다. 외형적으로는 과거에 비해 노동 환경이 좋아진 것 같은데, 노동을 더 하기로 선택(을 강요 당)하는 바쁜 사회에서 살고 있네요.


이렇게 많은 일을 하면 그만큼 시간에 쫓기게 되죠. 시간이 부족한 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 직장인 중 늘 시간에 쫓긴다고 답한 사람이 2011년 70%에서 2018년 80%로 늘었다고 합니다.


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어서 자기계발을 하고, 더 많은 정보를 얻으려 하고, 더 벌기 위해 일합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바쁠수록 삶은 더 텅 빈 느낌이 들기도 하죠. 왜 그럴까요?


시간이 부족하면 '왜'를 잃습니다

최근 연구*에서 사람들이 시간에 쫓기면 구체적 사고에 갇히는 현상을 보고했습니다. 일련의 실험에서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눈앞의 일 처리에만 몰두했습니다.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은 사라지고 "어떻게 빨리 끝낼까"만 남은 것이죠.


심리학에서는 이를 해석 수준(construal level)이라 부릅니다. 높은 해석 수준은 본질과 의미를 보는 것이고, 낮은 해석 수준은 당장의 구체적 방법에만 집중하는 것입니다. 시간에 쫓기면 우리는 자동으로 낮은 해석 수준으로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꿉니다. 눈앞에 닥친 일을 빨리 끝내고 다음 일로 넘어가야 하니까요.


내 삶에 일관성이 있다는 느낌, 명확한 방향이 있다는 느낌, 그리고 내가 중요한 존재라는 느낌이 들 때 우리는 “내 삶이 의미 있다”라고 느낍니다. 구체적 사고에 갇힌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을 잃어갔습니다. 연구에서 시간에 쫓기는 참가자들은 의미 없는 활동을 더 많이 선택했고, 자신이 하는 일에서 의미를 덜 발견했습니다.

하루하루 활동의 의미가 줄어들면서 전체 삶의 의미도 점점 옅어지게 되었고요.



생각 없이 모으기의 덫

또 다른 재미있는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음악을 들으며 초콜릿을 먹는 대가로 불쾌한 소음을 듣는 과제를 주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이미 충분한 초콜릿을 벌었는데도 계속 소음을 참으며 일했습니다. 참가자들은 평균 10개의 정도의 초콜릿을 벌었지만 4개만 먹고 6개는 남겼죠. 더 재미있는 결과는 과도하게 번 초콜릿이 나중에 음악을 들으며 초콜릿을 먹는 즐거움을 오히려 반감시켰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초콜릿 벌기에 상한선 제한이 있었던 사람들이 한도 없이 번 사람들보다 더 행복해했답니다.


연구자들은 이를 '생각 없이 모으기(mindless accumulation)'라고 불렀습니다. 충분한지 생각하지 않고 그저 지칠 때까지 번다는 것입니다. 목표가 아니라 행위 자체에 갇히게 되면 '얼마나 필요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일했는가'를 따지게 됩니다. 과잉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일하는 과정에서도, 나중에 그 대가를 누릴 때도 행복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는 쉼포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는지 말해줍니다.


과하게 일해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을 저울에 올려보면 어느 쪽이 더 무거울까요.



의미를 되찾는 물음표와 쉼표

오늘도 우리는 바쁘게 살아갑니다. 이메일, 마감, 집안일, 부업. 해야 할 일은 끝이 없습니다. 바쁨 그 자체가 의미를 가져간다면, 우리는 어떻게 의미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멈춰 서는 것입니다. 멈추기 위해서는 '충분함'의 기준을 스스로 정해야 합니다. 습관적으로 쌓아가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선택하는 하루를 만드는 거예요. 초콜릿 연구에서도 초콜릿 벌기에 한도를 두자 사람들은 더 행복해했다는 걸 기억하세요.


당장 일을 줄이기 어렵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내가 지금 하는 이 일은 나의 어떤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가?"


앞서 소개한 시간 빈곤 연구에서 사람들에게 '왜'를 생각하게 하자 시간에 쫓김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사라졌습니다. 큰 그림 속에서 오늘 하는 작은 일들의 의미를 발견할 때, 비로소 우리는 바쁘지만 의미 있는 삶을 살게 됩니다.


저 역시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비슷한 고민을 했습니다. 새벽에 글을 쓰면 가족들이 잠을 설칩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죠. 그럼에도 제가 글쓰기에 재미를 느끼며 계속할 수 있었던 건 '왜'라는 질문을 놓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쓰기가 제 성장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시간이 아니라 시간을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당장의 체크리스트에서 눈을 떼고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세요. 삶의 의미는 큰 그림을 볼 때 드러납니다. 오늘 한 일의 목록이 아니라 그 일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당신이 진정으로 이루고 싶은 게 무엇인지, 어떤 삶이 의미 있다고 느끼는지 잠깐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바빠서 놓쳤던 일의 의미를 다시 찾을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 하루에 10분만이라도 멈춰 보면 어떨까요. 그 10분은 '나는 왜 이걸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시간입니다. 바쁜 하루에 쉼표와 물음표를 찍는 시간이지요.


마침표만 열심히 찍으며 달려온 당신의 오늘에 쉼표와 물음표가 깃들기를 응원합니다.







* Hsee et al. (2013) Overearning

** Yuan & Sun (2025) Chasing my tail all day


신 쉼포사회 기사 원문: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1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