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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 사장의 시선

시작 3.

by 디케이


새로운 제품인 위도 시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회사 내부에는 새로운 제품 ‘위도’가 시장에서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올라오고 있었다. 직원들의 표정은 밝았고, 오랜만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나 역시 모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 행복감은 오래 가지 않았다. 고객사로부터 당혹스러운 메일을 받았다.


“위도 제품에 공장의 설비 등의 제어 기능까지 탑재할 수 있을까요? 저희 회사는 공장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모니터링과 분석을 넘어 이상 발생 시 직접 설비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기능을 추가적으로 원하고 있습니다.”


메일을 읽는 순간 마음이 무거워졌다. 현재 위도는 오로지 데이터 모니터링과 이상 징후 예측 기능만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실질적인 설비 제어를 구현하려면 상당한 추가 개발과 테스트 기간이 필요했다. 한 번에 성공을 하지 못한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는 예측조차 되지 않았다. 개발팀과 기획팀을 불러 긴급 회의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회의실에 앉은 개발팀장 서민우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사장님, 제어 기능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데이터 정확도와 이상 감지 속도를 더 높여야 하고, 제어 명령의 실시간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자칫하면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어요. 설비뿐만 아니라 어쩌면 생산 라인이 우리 제품 때문에 멈출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준비한 현재 단계에서 추가로 제어 기능을 구현하려면 최소 몇 개월 이상의 개발 기간과 추가적인 리소스가 필요합니다. 그것도 성공한다는 가정에서요.”


나는 그의 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제어 기능을 추가하면 복잡성은 급격히 증가할 것이었다. 단순히 데이터를 관찰하고 예측하는 것과 설비를 직접 통제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기술 영역이자 큰 책임이 따르는 문제였다. 기획팀장 김윤서 역시 신중하게 의견을 밝혔다.


“저도 서 팀장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만 위도를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필요한 첫 고객을 만들 수 있는 중요한 기회입니다. 그들의 요청을 그냥 무시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미리 포기하는 것 같아 너무 아쉬운 마음도 듭니다. 또 언제 이런 기회가 올 수 있는지도 아무도 모르기도 하구요.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약속을 했다가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신뢰를 잃고 회사에 큰 타격도 올

수 있으니... 어려운 문제지만 결국 답은 줘야 할 텐데요.”

결국 현실적으로 가능한 기능들과 향후 개발 로드맵을 함께 고객에게 전달했다. 먼 시점에 개발이 예정되어 있는 제어 부분을 보고 실망하는 고객의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며칠 뒤, 유림일렉트릭에서 다시 한번 우리에게 연락을 해왔다. 이번에는 구체적인 요구 사항 리스트를 공식적으로 보내왔다. 이 기능들이 자신들의 사업 성공에 꼭 필요하며 구현이 된다면 바로 계약이 가능하다는 내부 결론이 있었다는 얘기도 했다. 그들에게는 지금 당장 꼭 필요한 요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개발팀에서는 곧바로 강한 반발이 나왔다. 서민우 팀장은 명확히 불만을 표현했다.


“사장님, 아직 구현되지 않은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받아들이면 저희가 설정한 개발 로드맵 자체가 완전히 무너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기존에 계획된 다른 프로젝트와 업무에도 영향을 주게 될 겁니다.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입니다.”


기획팀의 입장에서도 고객의 요구는 이해하지만 무리한 추진이 가져올 더 큰 위험에 대한 우려도 있으니 절충안은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무작정 무리한 기능 개발을 수용하기 어렵지만 이 고객이 가진 시장 내 영향력이 큽니다. 만약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잘 끝낸다면 시장에서의 위도의 성장을 크게 앞당길 수 있는 파괴력을 고려하면 단호히 거절하기는 어렵습니다. 절충안을 꼼꼼하게 마련해서 협상을 해야 합니다.”


이러한 갈등의 중심에서 나는 다시 한번 깊은 고민에 빠졌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욕심을 내서라도 고객의 요구를 수용하고 프로젝트를 꼭 성공시키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그렇게 할 경우 개발팀의 일정이 흔들리고 기존의 다른 업무에 피해가 갈 것이 자명했다. 이제 나는 회사 전체를 위한 합리적이면서도 전략적인 결정을 내려야 했다. 회사의 미래를 위한 도전과 내부의 현실적인 한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다. 하지만 51%와 49% 사이에서 가장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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