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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 사장의 시선

기회 5.

by 디케이

기회 5.


이번 프로젝트는 회사 사활이 걸린 중요한 계약이었다. JS전자와의 계약은 단지 큰 고객사 하나를 얻었다는 것을 넘어, 우리가 수년 동안 쏟아부은 비용과 시간, 노력의 결실을 얻는 첫 번째 사례가 될 터였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내부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라면, 이 프로젝트가 시작부터 난관에 부�힐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시작도 못할 수도 있다.


사소한 소통의 부족으로 발생한 문제가 결과적으로 큰 프로젝트 실패를 불러오는 사례는 동종 업계에서도 종종 일어나는 일이었다. 고객의 요구 사항을 처음부터 명확히 분석하지 못하면 프로젝트 범위가 계속 확대되고, 결국 일정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거나, 최악의 경우 프로젝트 자체가 좌초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제품 자체에 대한 신뢰도 흔들리고, 처음 계획보다 몇 배의 비용이 추가될 것이 뻔했다. 비용적인 타격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 회사 전체의 신뢰가 훼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가장 심각한 것은 바로 신뢰의 문제였다. 우리 회사가 공급하는 제품은 신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객이 우리를 선택하는 이유는 결국 제품의 기술뿐 아니라 그 제품을 제공하는 회사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내부에서조차 명확히 소통하지 못해 프로젝트의 목표가 흔들리고, 일정을 준수하지 못하거나 품질에 문제가 생긴다면 고객은 다시는 우리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에는 많은 토론을 하게 된다. 이때 고객, 회사 그리고 회사 내부의 커뮤니케이션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고객에게 신뢰를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나는 다시 한번 깊은 고민에 빠졌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기술팀은 개발 과정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제대로 영업팀에 전달하지 못했고, 영업팀은 고객의 요구 사항을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기술팀에게 전달했다. 그 과정에서 서로는 당연히 상대가 문제를 파악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각자가 본인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그것이 서로 연결되지 못한 채 제각각 존재했던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시스템의 문제였다. 누구 한 명의 잘못으로 돌릴 수 없는,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전체의 문제였다. 나는 다시금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의 중요성을 깨달으며, 그것을 진작 개선하지 못한 나 자신에게 자책감이 들었다.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지 못하면 이번 계약뿐 아니라 앞으로의 회사 성장에도 큰 문제가 생기겠구나.’


그동안 나는 회사의 매출 성장, 기술 개발 등 외적인 성장에만 집중한 나머지 내부 소통과 조직의 내부 시스템에 대한 관리는 소홀히 했다. 조직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했던 것을 방치했던 나의 실책이었다. 어쩌면 외형적인 성장보다 내적인 강인함을 우선시했어야 했다. 나는 사무실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서로 간의 정보와 필요한 의사결정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그 노력들은 결국 제대로 된 결실을 맺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계속 반복된다면 결국 직원들은 지치고 힘들어질 것이며, 결과는 더 나빠져 일한 노력에 비해 어떠한 효과도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가장 큰 걱정이었다. 잠시 후 기획팀장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게 다가와 말했다.


“사장님, 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는데 괜찮으세요?”


나는 애써 태연한 척 답했다.

“괜찮아요. 다만 이제는 내부 소통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빠르게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기획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실 이번 제안서를 작성하면서 기획팀도 많이 어려웠습니다. 영업팀에서는 고객의 요구 사항을 제대로 정리해 주지 못했고, 기술팀에서는 추가 개발을 부담스러워하며 적극적인 협조가 어렵다고 했고요. 결국 기획팀이 양쪽 사이에서 힘들게 조율할 수밖에 없었어요. 저는 팀장이니 서로 상황을 이해하지만, 팀원들은 정말 회의하기 힘들다고 많이 느끼는 것 같습니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다시 한번 마음이 무거워졌다. 기획팀장이 잠시 망설이다 말을 이어 갔다.


“사장님, 그래서 말인데, 각 팀 간 요구 사항을 더 명확히 관리할 수 있는 ‘통합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를 도입하면 어떨까요? 프로젝트의 전 과정에서 각 팀이 참여하는 정기 미팅과 주간 보고를 의무화해서 고객의 요구 사항 변경이나 내부 일정 문제가 발생했을 때 모든 팀이 즉각적으로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게 말이죠. 처음에는 다소 번거롭겠지만, 명확한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하면 내부 갈등과 오해도 크게 줄어들 거라 생각합니다.”


기획팀장의 제안은 현실적이고 명확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막연하게 문제라고 인식했던 소통 부족을 시스템으로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 새로운 시스템이 아무리 좋아도 조직에서 직원들이 활용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안다. 생각보다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직원들의 저항은 클 것이다. 변화에 대한 불편함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랬었다. 기획팀에서 총대를 메고 해 보겠다고 하니 나는 그의 말을 받아들였다.


“좋습니다. 처음에는 쉽지 않겠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더 나빠질 수도 없죠. 팀장님이 한번 자세히 방안을 만들어 주시면 신중하게 검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기획팀장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번졌다.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그가 자리로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며 나는 다시 해결해야 할 이번 계약 문제를 생각했다. 쉽지는 않겠지만, 반드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무조건 해결해야만 한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가 조직을 더 강하게 만드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5년 전 우리가 야심 차게 개발하고 준비한 넵투와 넵포머가 어렵게 JS전자라는 대기업에 도입이 되었다. 그리고 그 계약을 계기로 지금까지 많은 고객들을 유치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JS전자의 계약은 회사의 큰 터닝 포인터임에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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