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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곰 Apr 12. 2021

외국에서 결혼하다.

라틴문화의 결혼식을 경험하다.

"결혼은 인생의 축제야."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기 직전이었던 2019년 말, 나는 짝꿍과 결혼식을 하기 위해 짝꿍의 가족이 있는 도미니카 공화국에 가게 되었다. 도미니카 공화국은 카리브해에 있는 섬나라로 라틴 문화로 가득한 나라이다. 나는 이 곳에서 우리와는 전혀 다른, 라틴 문화의 결혼식을 직접 경험하고 돌아왔다. 오늘은 이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축제를 즐기기 위해 우리는 결혼식을 해."


라틴국가의 결혼식은 당연하게도 우리의 결혼식 문화와 많이 달랐다. 일단 도미니카 공화국에서는 결혼식을 축제와 파티로 인식하고,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날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하루종일 결혼식을 준비하고, 결혼식 이후에도 꽤 긴 시간동안 음악과 함께 파티를 즐긴다. 사실 예식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는데, 그 이후에 식사와 파티 시간이 정말 길게 이어지고, 그 순간을 신랑 신부와 모든 하객들이 하나가 되어 즐긴다. 



우리의 결혼식 시작 시간은 오후 6시였다. 우리는 예약해 놓은 식장 바로 옆에 있는 호텔에 하루 전날 도착했다. 그리고 결혼식 당일은 아침에 일어마자마자 결혼식 준비가 시작된다. 신부가 신부 들러리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을 공개하고, 함께 사진도 찍는다. 헤어, 메이크업을 하고 드레스로 갈아입는다. 그리고 신랑도 마찬가지로 준비를 하는데, 결혼식 시작 전까지 신랑이 신부의 얼굴을 볼 수 없다고 한다. 


각자 다른 방에서 준비하고, 신랑이 먼저 식장에 입장해서 기다리고 있으면 신부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식장으로 들어오는데, 그 순간에 비로소 신랑과 신부가 마주볼 수 있는 것이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짝꿍이 혼자 남아있는 나를 많이 걱정했는데, 짝꿍의 가족들이 많이 도와줘서 무사히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준비를 했는데도 막상 결혼식 시간이 다가오니까 생각보다 더 정신이 없었고 긴장되었다. 



그렇게 우리의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광활하고 영롱한 카리브해를 배경으로 혼인 서약을 하고 즐겁게 예식을 끝냈다. 아름다운 바다 앞에서, 불그스름하게 넘어가는 해를 배경으로 혼인 서약을 하는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모든 순간이 마법 같았고, 내가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있었다. 


예식이 끝나고 파티가 시작되었다. 저녁 식사를 먼저 하고, 식사가 끝나갈 때 즈음에 디제이들이 와서 신나는 음악을 깔아주기 시작한다. 도미니카 공화국의 결혼식 후 파티는 막 결혼한 신랑 신부의 커플 댄스로 시작된다고 한다. 사실 이 댄스 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짝꿍과 함께 미리 연습을 많이 한 덕분에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그 이후에는 모든 하객들이 하나가 되어 춤을 추는데, 흥 많은 라틴 문화의 사람들답게 모든 사람들이 파티를 온 몸으로 즐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춤을 추고 파티를 즐기는 그들을 보고 있노라니 한편으로는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문화가 생소한 나에게는 결혼식 이후에 진행되는 파티에 다소 적응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짝꿍과 그녀의 친구들이 함께 이끌어준 덕분에 무사히 즐기기는 했지만, 내가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매우 생소한 문화였던 것은 분명하다. 


꽤 오랜 시간 파티를 즐기다 보면 신부가 부케를 던지는 순간이 온다. 부케 받을 사람을 미리 지정하는 우리의 결혼식과는 다르게 도미니카 공화국에서는 하객으로 참가한 모든 싱글 여성들이 부케를 받기 위해 줄을 선다. 신부가 던지는 부케를 잡으면, 그 사람이 다음으로 결혼하게 된다는 미신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남자친구가 있거나 결혼을 하고 싶은 사람을 부케를 잡기 위해 달려들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살짝 피하곤 한다. 우리의 부케는 짝꿍 사촌동생의 여자친구가 잡았고, 실제로 결혼까지 했다. 미신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이렇게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짝꿍과 결혼식을 했다. 아침 일찍부터 준비하기 시작했는데, 결혼식과 파티가 모두 끝나니까 밤 12시가 넘어있었다. 사실 파티를 새벽 3~4시까지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 나와 우리 가족들을 배려해서 조금 일찍 끝냈다고 한다. 하루종일 긴장도 하고, 울컥도 하고, 즐겁기도 했던, 이런저런 감정이 왔다갔다 했던 하루였다.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했던 하루였고, 앞으로도 결코 잊지 못할 하루였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나와 짝꿍은 부부가 되었고, 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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