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갤럭시 폴드3에서 폴드6으로 스마트폰을 바꿨다. 사실 더 써도 상관은 없었다. 배터리가 좀 빨리 줄어들긴 했지만 충전만 좀 더 신경 쓰면 될 일이다. 용량도 많이 남아있고 기능적으로 크게 불편함도 없고.
그냥 새거로 바꾸고싶은 변심이었다.
나는 하얀 폰을 선호한다. 블랙은 차선이다.
그런데 이번 폴드6의 기본 3가지 색상엔 두 컬러 모두 배제됐다.
아재스러운 실버쉐도우.
젠틀하지만 어딘가 답답하게 느껴지는 네이비.
이번에 뜬금없이 새로나온 핑크.
"남자는 역시 핑크지!"
몇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세련된(?) 핑크를 선택했다. 핫핑크같이 자극적인 색이었으면 아무리 나라도 포기햇을 거다. 실물은 화이트에 가까운 연한 핑크였다. 사실상 흰색과 다름 없었다. 애초에 무슨 생각으로 '핑크'라는 이름을 단 건지 이해 할 수 없었다.
하얀 종이 위에 올려두고 색을 비교하자면 좀 누런 느낌으로 완벽한 흰색이라고 할 순 없지만, 비교대상이 없다면 세월이 지나 색이 바란 하얀 벽지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며칠 뒤 나의 아내분 께서는 내 폰을 보고 "확실히 엄청 핑크네."라고 했다. 핑크같지 않다는 게 아니라 확실히 핑크라니? 대체 어딜 보고 있는거지?
"아닌데? 확실히 엄청 화이트인데? 핑크같은 소리 엑스야."
그후로 우린 색 감별 작업을 실시했다.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이건 이런 색이지!", "뭔소리야! 이 색이지!"라며 온갖 것에 비교했다.
한떼 유행햇던 '파랑검정 드레스 vs 하양골드 드레스'를 잊는 새로운 논란이었다.
그러다 문득 한가지가 떠올랐다. 나는 '적녹색약'이라는 사실!
색약은 색맹과 다르다. 그냥 평범하게 모든 색을 볼 수 있다. 아니.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저 색테스트를 할때 어떤 숫자는 잘 읽고 어떤 숫자는 못읽을 뿐. 일상생활에서 색을 모르거나 하는 일은 없다.
우린 같은 걸 보면서 다른 걸 보고 있었다.
같으면 같은 줄 알았는데, 같은 것도 다른 거였다.
그러니 같은 걸 말한다고 같은 걸 느끼는 게 아니었다.
뜬금없고 갑작스럽게 깨달음을 얻었다.
내가 잘해준다고 생각하는 게 상대방에겐 별 거 아닐 수도 있고, 상대가 열심히 하는 걸 내가 몰라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눈의 눈이 아닌 마음의 눈으로.
그렇기에 나로써는 이해가 안되는 것도 '상대는 그럴수도 있구나'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갖어야 겠단 생각이 들었다.
폴드6 가격이 많이 올라서 바꾸는 게 맞나 싶었는데, 깨달음의 값까지 포함됐던 모양이다. 뭐. 이정도면 제 값에 산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