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첫 번째 편지 (지각)

by 최강정

아들 엄마야. 말 걸지 말라고 해서 편지를 쓴다.

요즘 엄마는 말이야. 먹은 것도 없는데 입안에서 계속 쓴맛이 돌아.

너한테 단것 먹지 말라고 해놓고 너 없을 때 사실 나도 초코파이 먹고 과자 먹었어.

쓴맛을 삼키려고 달콤한 걸 쑤셔 넣고 있다.


있잖아.

엄마도 사람이거든.

나도 우리 우리 엄마 아빠의 소중한 딸이고 집안에서 귀하게 존중받으며 컸어.

숙제하라고 하라고 안 해도 스스로 내 할 일을 해냈고

전교 회장도 하며 장학금 받으며 학교 다녔어.

학교 선도부여서 교문에서 학생들 복장 검사했었고

학교 봉사단체 임원으로 활동하며 봉사에도 열심히였.

별밤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출현했었고

수학여행 장기자랑 무대에서 가발 뒤집어쓰고 현란한 댄스도 했다.

지역에 고교학생들 연합 장기자랑 대회에 나가서

노래도 하고 인기상도 받았었어.

스타크래프트 배틀넷에서도 좀 놀았었고

한 때 포트리스도 좀 당겼었어.


그래 인정해

엄마도 노는 것 좋아해.


그런데 말이야.


너를 지켜보며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 다른 점이 있어.

물론 내 배에서 나왔지만 나와 같이 행동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야.

노는 것 좋아. 나도 노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아.

나도 뽀로로처럼 매일 놀고 싶어.

하지만 우린 인간이잖니?

공부 잘하라는 말 이제 서랍 속에 넣어둘게.

엄마 잘못 인정해. 너무 몰아붙였어.

내 욕심이 과했어. 정말 사과한다.

네 인생인데 내 마음대로 하려고 했어.

그래도 되는지 알았어.

초등학생 때까지 정말 잘 따라와 줘서

내심 엄마 마음의 트로피처럼 네가 빛나는 보석처럼

느껴졌다.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지금 느낀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미숙하고 실수했어.

너의 꿈을 찾아서 최대한 말 안 걸고 도와줄게.


다만.


지각문제는 말해야겠어.

우리 계속 이것 때문에 부딪히잖아.

나도 너에게 말 걸기 싫다. (사실 재밌는 대화 나누고 싶지만 참는다. 너랑 나누는 대화가 세상에서 제일 즐겁긴 해. 네가 좀 재밌는 성격이여야지 엄마 닮아서 재밌는 성격이야 정말. 그건 인정)


왜 이렇게 느긋한 성격이냐고 묻고 싶어 정말.

왜 자신에게 한없이 관대한지도 묻고 싶어.

왜 미리 10분 전에 도착해서 수업준비 하면 안 되는지 묻고 싶다.


1분 늦는 건데 뭘... 이러며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는 행동 엄마에게 너무 큰 스트레스야.

헐레벌떡 도착해서 다른 사람 다 앉아있는데 슬금슬금 기어들어가며 주목받는 걸 진짜 좋아하는 거야?

엄마도 선생님이기에 어떤 눈초리를 받을지 매우 잘 알아.

나의 소중한 네가 그런 취급을 받게 하고 싶지 않아.


제발 지금보다 5분 정도만 일찍 출발하자.

정시 도착도 안돼.

미리 앉아서 한숨 돌리고 물 한 모금 마시고

주변 친구들과 스몰톡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해야지.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데.


이것도 강요하지 말라고?

아니 이건 양보 못해.

공부 양보 할게.

기본 생활 습관 그중 지각.


네가 늦게 들어감으로 인해

미리 시간 맞춰 온 친구들의 시간을 뺐는 거다.


늦은 친구가 헐레벌떡 들어오면 시선을 빼앗고

가방 내려놓고 의자 빼고 책상 삐걱 대는 소리에 청각을 빼앗았다.

낮은 한숨을 몰아 쉬며

"야 몇 쪽이냐?"

할 때 그들의 집중력을 빼앗는다.


모두 다 민폐 그 자체다.


공부 양보했으니 지각은 안 해야 한다.


내 트로피 너였는데 나 트로피 포기했어.


다시 한번 정리할게.

지금보다 5분 더 일찍 출발하자.


말 길게 안 할게. 오늘 여기서 끝.


많이 사랑하지만 말을 아끼는 엄마가 서후에게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