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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Dec 27. 2020

[DAY112(2)] 얼음인심이 넉넉한 포르투 카페

지수 일상 in Porto


PORTO의 랜드마크인 곳에서 사진도 찍었겠다, 목적을 달성한 나와 동행은 언덕을 내려오다가 렐루 서점을 발견했다. 해리포터를 집필한 작가 J.K. 롤링이 이곳에 들러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해서 유명해진 곳인데 서점임에도 불구하고 입장료를 5유로나 받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그녀는 트위터를 통해 렐루 서점의 존재도 알지 못했다고 한다.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소문이 시작된 걸까. 이 사실을 알고도 관광객들이 이곳을 방문할까? 내가 서점 앞을 지나고 있을 때만 해도 관광객이 너무나도 많아 밖에서 웨이팅을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이렇게나 인기가 많아서일까, 서점 주인도 딱히 부인을 안 하고 오히려 마케팅으로 삼는 노련함(?)까지. 나는 누군가 그곳을 다녀온 사진으로 안을 구경하는 걸 대신해도 충분할 것 같아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동행은 한 번쯤 들어가 보고 싶었는지 웨이팅을 하겠다고 했다. 아쉽지만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 인가 보오. 그녀와 헤어진 나는 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일반적인 기념품샵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 이것저것 구경을 했다. 역시 기념품을 구경하는 게 제일 재미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한 건물을 찾아 헤맸다. 바로 Mundo Fantastico da Sardinha Portuguesa라는 이름으로 포르투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정어리 통조림 가게이다. 사실 평생을 살면서 정어리를 먹어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생소한 생선인데 이걸 통조림으로, 매년 다른 패키지로 만들어 판매한다고 해서 방문했다. 자신이 태어난 해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유난히도 친절했던 직원에게 이것저것 소개받아 보는 재미는 있었지만 생각보다 별로 감흥이 없어 내 가 태어난 해 또래의 연도에 일어났던 사건을 몇 개 살펴보고 나왔다. 내가 태어난 해의 사건으로는 첫 번째 해리포터 소설책이 발간되었다고 나와 있었다. 어찌 되었건 포르투는 해리포터와 많은 인연이 있나 보다.



자그레브에서 주야장천 타고 다녔던 트램도 만날 수 있었는데 다른 여행지에서도 트램이 있었지만 자그레브와 포르투처럼 옛날 감성이 묻어나는 디자인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일까 너무나도 반가운 마음에 눈으로 한번, 놓칠세라 사진으로도 한 장 찍었다. 포르투는 사실 이곳저곳 공사를 하는 곳이 꽤나 많은 도시였는데 또 그 나름의 도시 풍경을 볼 수 있어 신선했다. 오래된 건물이 모여있는 시가지가 조금씩 뚝딱뚝딱 업그레이드되는? 개인적으로는 아쉬웠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그 흔한 교회도 타일로 하나하나 장식되어 있는 포르투만의 색깔을 오랫동안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카페 러버는 오늘도 구글 지도와 인스타그램을 뒤져 찾은 카페로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여유로운 길거리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 곁을 우직하게 지키고 서 있는 푸른 가로수, 나 또한 그들 중 한 명이지만 걸어가는 이 길이 너무나도 평화로워 계속해서 위를 쳐다보게 되었다.


Combi Coffee(Specialty coffee Porto). 카페에서 자체적으로 로스팅을 하는지 커피 냄새가 골목 전체를 감싸 안았고 도착하기도 전에 다 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한국 카페처럼 보이는 곳에 왔다. 잠깐 마시고 일어나야 하는 곳,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어야만 할 것 같은 카페가 아닌 노트북을 펴도 되는 분위기 말이다. 항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은 그리웠는데 거기에 이곳만의 분위기가 더해서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콜드 브루를 주문했는데 얼음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얼음을 한 바가지로 가져다주었다. 정말 이곳은 한국인들에게 찐이다! 해외, 특히 유럽 가보면 알겠지만 얼음은 포기해야 한다. 근데 여기는 얼음이 아주 풍족하다 못해 완벽하다. 가져온 다이어리도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가서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고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카페가 북적북적해졌다. 나른하고 여유로운 이 느낌, 행복했다. 아니 행복했던 거 같다.



남은 오후 일정을 위해 카페에서 일어나 공원을 가로지르는데 그곳에서 발견한 예쁜 풍경. 포르투로 여행을 와서, 이곳에 사는 현지인들처럼 일이나 공부를 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현실을 잊은 것처럼 그냥 아무 생각이 없어졌다. 평생 머리 아플 정도로 고민과 (쓸데없는) 걱정을 해 왔던 나에게는 잠시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기도 했다. 저녁이었으면 노숙자나 비행청소년들 때문에 또 다른 생각이 들었을 공원이었지만 지금은 밝은 낮이라는 이유로 햇빛을 맞으며 벤치에 앉았다.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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