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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a p Nov 03. 2020

쉬운 동양 철학 17

한용운

이번엔 한국 철학자로서 한용운을 다루어 보고자 한다. 책에는 없지만 한국 사상가들을 거의 다 다뤘기 때문이기도 하고 오직 필자의 궁금증이기도 해서다.

만해 한용운의 <<조선불교유신론>> 중 제3장 불교의 성질에서 불교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불교는 지혜를 믿고 자주성에 기초한 종교이므로 어떤 철학보다 우수하며 사회개혁을 주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용운은 불교의 성질을 종교의 성질과 철학적 성질로 나누어 다음과 같이 주장하기도 한다.

첫째, 종교적인 성질에서는 ‘나’의 주체적 파악 없이, 즉 마음(心)의 궁극적인 깨달음(覺) 없이 믿는다는 것은 미신이며, 내가 나를 믿는 것이 인간 최대의 희망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는, 철학적 성질에서 복(福), 덕(悳)을 완전하게 갖춘 일제 종지로써 불교의 성질을 파악하면서 동서양의 철학자들의 이론을 종횡무진하게 넘나들며 설명한다. 중국 청나라의 량치차오와 독일 임마누엘 칸트의 도덕론과 자유의 진여의 관계에 대하여 논하고 있으며, 영국의 니콜라스 베이컨과 능엄경을 비교하는가 하면, 프랑스의 데카르트와 원각경을 비교하기도 하고, 플라톤의 대동서, 장 자크 루소의 평등관 등 옛것으로부터 현대에 이르는 학설을 포용하여 동서 비교 철학의 새장을 열어가는 만해 한용운 선생의 불교의 철학적 성질을 분석하는 힘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이 의문은 해답은 금강산 일대의 가장 큰 절이며 당시 유학승들의 왕래가 많았던 백담사의 큰절(大寺)인 건봉사에서 그때 유학승들 사이에서 널리 읽히던 책을 스승 김연곡 스님이 호기심 많던 만해에게 전해주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음빙실문집(飮氷室文集)이었다. 이 책을 받아본 만해는 새로운 충격에 사로잡혔다. 유. 불. 도의 동양적 지식에 머물렀던 한용운이 서양을 새롭게 만나는 충격 속에서, 철학적 성질을 주장하는 서양 철학자들의 학설을 포용하고, 불교의 성질과 적극 비교하여, 그 종지의 근본을 밝혔다. 그런가 하면 만해의 수필 ‘최후의 오 분간’에서 근 30년 전의 회상기로 <<음빙실문집>>에서 얻은 기억의 한 토막을 소개한다. 청나라의 량치차오가 무술정변에 실패하고 미국에 망명했을 때, 미국의 조야 인사인 모건을 만나게 되었다. 모건은 어떤 사람을 만나던지 5분 이상을 대화하는 일이 없었다. 미국에서 누구든 성공의 최후 5분간을 본다면 사람의 희열이 거기에 있고 진정한 행복이 거기에 있다는 모건의 명석한 두뇌와 판단력에 공감을 표하고 있다.

량치차오의 <<음빙실문집>>에서 다루고 있는 동서 비교 철학의 성질을 자세히 살펴보자. <<음빙실문집>>은 청초 말 구국의 큰 뜻을 품은 대학자 량치차오의 계몽 서적이자 혁명 서적이다. 서구 문명을 제창하고 애국 계몽사상을 고취하는 글에서 서구 열강의 유린에 직면한 조국을 지키려는 동아시아 학자의 고뇌가 담겨있다. 만해는 이 책에서 칸트와 루소, 베이컨 등 동서양 사상의 비교의 첫 장을 열어간다. 동서양 철학과 불교의 합치됨을 량치차오는 이렇게 말한다. “불교의 학문이 중국에 들어옴으로부터 그 가르침이 모두 갖추어지기에 중국 철학이 이채(異彩)를 띠게 되었다.” 이것으로 보면 중국 철학이 발전하게 된 것은 모두 불교의 덕택임을 말할 수 있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우리의 일생인 행위인 자유의지가 선택하고 나면 우리 몸에 소위 자유성(自由性)과 부자유성(不自由性)의 두 가지가 동시에 나란히 존재하고 있음이 이론상 명백한 터이다.”라고 말했다. 량치차오는 이 주장을 이렇게 해석했다. 칸트의 본래 뜻에 의하면 “진정한 자아는 결코 다른 무엇에 의해 구애되던지 가리어지든지 하는 것이 아니었으며, 구애를 받고 가림을 받는 이상 그것은 자유의 상실(喪失)을 의미하는 것으로 믿어진다.” 량치차오가 부처님과 칸트의 다른 점을 언급한 것을 보건대 반드시 모두가 타당하다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부처님은 ‘천상천하(天上天下)에 오직 나만이 존귀하다’하셨는데 이것은 사람마다 개개인의 자유스러운 진정한 자아를 지니고 있음을 밝힌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인 진정한 자아와 각자가 개별적으로 지닌 진정한 자아에 대해 부족함 없이 언급하셨으나, 칸트의 경우는 개별적인 자유에만 생각이 미쳤고 만인에게 보편적으로 공통되는 진정한 공통의 자유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못하였다. 이것으로 미루어 보면 부처님의 절리(節理)가 훨씬 넓음을 알 수 있다고 한용운은 첨언하여 설명하였다.

그리고 베이컨은 학설은 능엄경의 교리와 유사하고, 프랑스의 학자 데카르트의 이론은 원각경의 내용과 완벽히 부합된다. “아마 데카르트는 전생에 원각경을 많이 읽은 사람이었던 모양이다.”라고 만해는 평했다. 이 밖에 “플라톤의 대동설(大同說), 루소의 평등론(平等論), 육상산과 왕양명의 선학(禪學) 등등은 다 부처님의 사상에 부합하는 바가 있다.”라고 하였다.

한용운의 이러한 사상이 사람마다 개개인의 자유스러운 진정한 자아와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진정한 자유가 있다는 생각으로 독립운동을 가능하게 했던 것 같다. 시집 <<님의 침묵>>은 다들 아시다시피 일제 강점기 때 저항문학으로 유명하다. 종교적으로는 불교를 통한 청년운동을 강화하였고 종래의 무능한 불교 타락한 불교를 개혁하고 불교의 현실참여를 독려하였다. 민족 대표 33인에 포함되었지만 3.1 운동을 하기로 한날 파고다 공원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일제와 정면으로 충동하면 시민들이 흥분해서 폭력시위를 할 것이고 일제의 가혹한 탄압이 시작될 거란 이유에서다. 이는 후에 신채호 등과 같은 학자들을 화나게 한다.


만해 한용운

참고 자료: 남한산성 만해 기념관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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