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몰랐던거야?!
국제교류 담당이었던 레슬리가 떠나기 전 마지막 날이었다. 나를 업무적으로 인수인계해야할 클로이와, 나를 친구로 챙겨줄 것 같은 투싼과 같이 점심을 먹자고 했다. 투싼은 그러고 보니 제대로 인수인계가 되었는지 이제는 한국드라마에도 푹 빠져서 현빈과 손예진의 결혼 소식도 나보다 먼저 알고 전해주며, 우리나라가 세계최초 인구 감소국이 되었다는 충격에 휩싸여 급히 연락을 하는 제대로된 친구로 여전히 남아있다.
드디어 그 Leaving Lunch날이 되었다. 넷은 구청 근처의 아메리칸 냄새(런던에서 아메리칸이라니)가 물씬 풍기는 Poor Boys라는 식당으로 들어섰다. 사실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다. 영국인인 한나 정도와만 친하던 클로이에게 유난히 이 조합이 어색해보였다. 클로이는 영국인이고, 레슬리는 프랑스인, 투싼은 리비아 사람이지만 대부분의 교육을 프랑스에서 받아서 레슬리와는 고향 친구같이 지낸다. 주류가 전도된 것이다. 영국인 중에서 훌리건의 기질이 이런 걸까 싶은 젠틀은 저 구석 어디쯤 쓱~ 밀어놓은 사람이 클로이였고, 사무실에서 언성 높여 싸우는 걸 보여준 유일한 사람도 클로이일 정도로 파이팅이 있는 클로이건만, 역시 쪽수의 문제일까? 이날따라 참으로 다소곳하다. 클로이가 기가 죽어보일 지경이라니. 왠지 쾌감도 있다.
클로이, 레슬리는 매니저였고, 투싼은 팀리더였다. 한국적 마인드로 나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나이쯤 되면 일반 직원이 아닌 약간의 시니어나 관리자급이 되는지 알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서양인들에게는 나이를 물으면 그렇~게 결례라고 하지 않던가. 그 궁금함을 꾹꾹 눌러담고 여섯달을 지내온 것이다. 한국인적 마인드로 봤을 때 나이를 묻는 게 뭐가 그렇게 결례가 되는지 뼈속 깊이 알 수는 없지만, 물의를 일으키기에는 조용히 적응하기도 바빴다.
우리 다 8@년 생이야!
뭐야, 나만 몰랐던거야? 묻지도 않았는데 레슬리가 우리가 다 동갑이라며 즐거워했다. 하아.... 서양인에게 나이를 묻는 것이 그렇게 금기는 아니었던 거구나. 지금까지 나만 몰랐다는 사실이 이렇게 억울할 수가 없었다. 진작 알았다면 벽을 더 허물고 편하게 대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잖아.
서양인에게 나이란, 궁금하지 않은 것?
나를 영국에 오게 했던 그 시작인 필을 귀국 전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였다. 우리는 보통 늘 큐가든에서 만났는데 몇시간의 큐가든 산책을 마칠 때쯤 필이 말문을 열었다.
그런데 나이가 얼마?
많이 궁금했던가보다. 이제 마지막 같으니 물어보자며 물어본 것 같았다.
아니 우리가 10살이나 차이가 난다구?
아니 그럼 넌, 내가 너랑 10살 차이가 안날 것 같았니..? 그 정도로 노안은 아니건만..
어쨌든~! 서양인들도 나이를 궁금해한다는 것이다.아무리 서양인들이 나이 구별없이 친구가 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동년배냐 차이가 나냐에 따라 대화의 주제가 달라지고 말투나 태도도 달라지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그러니 어느 정도 알고 지낸 뒤에는 나이가 궁금한 것도 인지상정!
서양인에게 나이는?! 절대 물어보지 못할 금기는 아닌 것으로~
다만, 좀 친해지고 자연스러웠을 때 자연스럽게 물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