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한가한데 마음은 바쁘다
앞에 해야 할 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 일을 생각하며 흐르는 시간으로 인해
몸은 아무 하는 일이 없어도
마음은 분주하게 움직인다
앞에 일을 두고도 마음까지 평온할 수 있음은
큰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볼 수 있다
마음은 바쁜데 몸은 한가하다
오늘의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문장이 아니랴?
오늘은 밤에 비행기를 탄다
그러기에 집을 일정 시간 비워야 한다
그것은 많은 준비를 하게 만든다
집을 정리하는 것, 문단속을 하는 것, 전기 가스를 살피는 것
가방을 간추리고 소지품을 확인하는 것
심지어 집을 비우는 동안 집에 일어날 일들을 생각해 보는 것까지
두루 움직여 본다
몸이 움직이는 것은 순간이다
하지만 마음은 오랜 시간 움직인다
오후 4시에 가방을 들고 나서야 한다
공항 리무진을 탈 것이고
비행기를 기다릴 것이다
비행기는 행선지에 밤에 도착할 것이고
내일 나는 집을 떠나 있을 것이다
비행기를 타러 움직일 때까지
몸은 무척 한가하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있는 마음이 안 된다
괜히 그 마음을 언어에 담아보는 것밖에
마음은 바쁘고 몸은 한가하다
시간은 시침에서 분침, 그리고 초침으로 옮겨 간다
내가 마음이 그리 분주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고 보면 일은 이루어져 있는데
이 하루 몸은 한가한데 마음이 분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