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머물면서 기이한 경험을 한다. 어디를 가든 의사소통이 안 되는 언어들을 만난다. 아니 그 언어들이 제주를 온통 번잡하게 하고 있다. 거리에서나 버스 안에서나 심지어 음식점, 마트에서까지 그 언어들이 늘어서 있다. 이국에 와 있는 듯한 느낌에 잠긴다. 분명히 내가 살고 있는 땅인데, 해외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무슨 일일까?
오늘 마트에 갔다. 마트에 생김새가 다른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의 곁에서 열심히 그들의 시끄러운 언어를 이해하고자 했으나 실패했다. 도저히 내가 다가갈 수 있는 언어가 아니었다. 그런 언어들이 마트에 넘쳐나고 있었다. 식당에도 갔다. 그곳에서 중국어를 하는 사람들이 손님의 2/3를 차지하고 있었다. 정말 이국인이 많다는 생각을 이상한 언어들과 함께 했다.
요즘 외국인이 제주를 장악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경제적으로도 인력적으로도 제주에 그들의 힘이 가득 밀려와 있다고 했다. 음식점에 들어가볼 때 외국인이 일을 하는 곳이 많다. 그렇게 세상이 변해 가고 있는 제주에서 이국의 사람들과 만나며 이국을 느끼고 있다. 새삼스럽게 외국을 나가지 않더라도 이곳이면 세계의 흔적을 넉넉하게 만날 수 있을 듯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외국, 외국이라고 외는데, 난 제주면 외국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머물고 있음을 즐겨 하고 있다. 제주의 멋진 풍광을 만나면서 구태여 남의 나라에까지 갈 필요가 있는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하지만 기념될만한 날에는 비행기를 많은 시간 타보아야 한다고 아이들이 말한다. 여권까지 다시 발급을 하라고 미리 말한다. 그래서 수십 년 전에 학교 아이들과 해외여행을 하면서 발급했던 여권을 다시 챙겨 보게 된다. 전자여권이 없던 시대의 여권이라 다시 만들어라고 하고 그 일을 진행했다. 여권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 요즘 공무원들이 정말 친절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신속하게 또 어렵지 않게 여권은 준비할 수 있었다.
제주 여기만 있어도 타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구태여 언어가 통하지 않은 나라에 나가 저들과 비슷하게 가이드를 따라다녀야 하는, 자유가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하나 하는 생각도 한다. 이제는 멀리 가는 것도 달갑지 않다. 해외여행도 마찬가지다. 집이 있고 먹거리가 풍성하게 있는 내가 태어난 곳, 그곳의 흙이 가장 마음에 살갑게 다가온다. 내 나라가 좋다. 제주가 좋다.
오늘 관광지에 가서 낯선 언어들을 많이 만났다. 언어가 경상도 언어처럼 투박했다. 서로 다투고 있는 듯이 정답게 이야기하는 이국이들을 보면서 그들의 여정이 즐겁기를 빌었다. 이제는 세계가 하나, 어디 있든지 서로의 삶에 영향을 주는 존재 되어 있는 우리네의 삶을 본다. 낯선 언어까지 가깝게 느껴지는 이상한 거리감을 만나며 제주의 왁자한 소리에 내 마음을 내려놓는다. 그냥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는 게다. 내 제주의 관광지는 숱한 추억의 공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