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 갈 일이 있었다
추석 새벽에 공항에 갈 일이 있었다
버스도 다니지 않는 새벽 5시, 자차도 없는데
공항에 새벽에 갈 일이 있었다
이곳에서 카카오 택시 타는 것은 생각도 안 하고 있다
30분을 걸어서 갈 수밖에 없는 상태였고
늦더위는 걸음을 쉽지 않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가야 하는 길이었고
공항길은 그리 낯설지 않아서 어둠살이 가시지 않은 길을
마음 넉넉하게 걸을 수 있었다
공항으로 가다 보면 사람들의 마음이 엿보이는 공간을 만난다
바로 공항을 둘러놓는 돌담길과 그것에 어울리게 심은
능소화 나무줄기들이다
그 농소화는 지금 한창 꽃이 피어 있다
그 꽃들이 내 가볍지 않은 걸음을 위로하는 듯했다
아련하기도 하고 화사하기도 하고
무엇을 하소연하는 듯, 무엇을 기억하게 하는 듯
지나는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애틋한 사랑이 담겨 있었던가?
그리움이 스며 있었던가
능소화는 그리 마음에 많은 말을 들려주고 있었다
추석날 새벽에 공항길을 걸으면서
능소화와 정담을 나누고
하루를 걸아갈 힘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