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곁에 없는 숱한 시간을
바다를 곁에 두고 사는 꿈을 꾸었다
바닷가 언덕 위에서 아득한 수평선을 보며
바람을 느끼고, 포말을 보면서, 바닷가 사람들의 애환을 가까이하면서,
주술적인 흔적까지 쫓으면서
그렇게 사는 꿈을 꾸었다
그런 미지의 시간들을 지닌 내 삶의 미래가 되어
늘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기도 했다
그러다 삶의 한 단계가 끝이 나고
먹거리를 위해서, 숙소를 위해서, 인정을 위해서
마음을 쏟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되었다
하여 바람처럼 흐르는 시간들이 우리를 제주로 가게 만들었고
그곳에서 한 해를 보냈다
바다를 보고, 오름을 거닐면서, 고사리를, 밀감을 옆에 두고
해산물을 손으로 만져 보는 시간도 가졌다
바닷가 사는 사람들의 마음도 헤아리고
바다에 서서 세상에 오가는 타인들의 걸음도
내밀화한 내 한 자리가 되었다
어릴 적 꿈꾸었던 바닷가의 삶이
경이의 삶에서 평이의 삶으로 변하는 것을 만났다
이제는 어디에 있더라도 바다가
바다를 끼고 살아가는 인생이
내 마음에 그림으로 남았다
이제는 제주를 떠나 있다라도 제주가 마음에 들어와 있는 것을 느낀다
바다의 꿈이 제주를 통해 바다를 마음에 녹였다
세상의 빚이 빛이 되고 있는 시간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