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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진 Nov 19. 2024

영암에서의 하루





이제까지 살면서 무척이나 멀었던 공간에 지금 와있다. 그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새벽을 맞고 있다. 영암 지방이다. 산속으로 차가운 공기와 시나브로 밝아오는 아침의 기운이 조화롭게 안전에 전개된다. 무척 여유와 즐거움이 가득한 시간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이곳은 정말 먼 곳이고 낯선 곳이다. 차로 4시간 이상을 달려와 지금의 장소에 머물 수가 있었다. 



완도에서 차와 함께 배를 타고 제주에 들어가기 위해 중간 기착지로 선택된 자연휴양림이다. 최근에 개장되었고 집도 깨끗하게 단장되어 있다. 우리 두 사람이 기거하기에는 너무도 좋은 공간이다. 아이들과 한 가족이 기거해도 될 정도의 공간이다. 독립되어 있는 공간이고, 너그럽게 펼쳐진 환경이 머무는 사람들의 마음을 풍족하게 하는 듯하다. 정말 마음이 넉넉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아침을 맞고 있다. 자유와 기쁨이 동시에 마음을 붙잡는 단어가 되고 있다. 포근한 기운과 하늘을 날 듯한 기분이 공존하는 시간이다. 좋은 시간을 맞이하고 있고, 좋은 공간에 머물고 있다. 착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생각도 해보고 있다. 이제 아침을 준비해 먹고 자리를 정리하고 배를 타러 갈 것이다. 여기서 완도까지는 여유롭게 갈 수가 있을 듯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밤에 차량으로 이동하는 것과 먼 길을 운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스스로에게 확인한다. 그래서 이런 공간과 시간이 마련된 것이기도 하다.



이제 이야기가 많은 이 지역의 곳곳을 마음에 새기면서, 머물고 있는 산의 기운에 취하는 시간도 멈추고 하루의 생활을 시작해야 할 때다. 밝아오는 기운들이 그것을 잘 느낄 수 있게 한다. 월출산의 아스라한 기억들이 스멀거리며 다가온다. 좋은 공간에 한때의 여유를 담았다는 고마움이 진하게 다가온다. 옛 선현들의 노래도 마음속에서 사랑으로 남는다. 기꺼움이  행복의 한 이름이 된다.



차가운 공기까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겨울산의 흥취다. 내 생애에서 기념이 될만한 한때가 아닐까 여겨지기도 한다. 고구마가 유명하고 월출산이 아름다운 고장, 영암의 아리랑이 들려온다. 우리네 삶의 진솔함이 묻어있는 노래가 절절하게 가슴에 다가와 머문다. 이제는 그 노래도 뒤로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차가운 바람을 만나고, 밝은 햇살을 가슴에 띄우고, 생의 힌 때가 낯선 곳에서 놀랍게 녹아드는 모습을 본다. 그것은 단풍의 자태를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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