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탐조 여행
퇴직 후 열심히 해외 탐조를 다니고 있다. 대만, 태국 북부,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몽골, 이번에 오키나와까지 1년 동안 참 많이도 돌아다녔다.
어떤 사람들은 뭔 새를 보겠다고 해외까지 다니느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새라는 것이 여기에도 있고 거기에도 있는 것이라 여기 새를 보다 보면 거기 새도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현직에 있을 때는 감히 엄두도 못 내던 여행이었지만 퇴직 후에는 맘 놓고 다니는 즐거움이 있다.
특히 해외 탐조 여행은 다른 여행과 달리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일반적인 여행은 큰 도시에 가고 그곳에서 다양한 유적이나 사람들을 보러 다니지만 탐조 여행은 대부분 그 나라의 시골에 가서 자연 속에 들어간다. 그렇다고 사람이 없는 오지는 가지 않는다. 너무 힘들기도 하고 돈도 많이 든다. 새도 별로 없다. 새라는 동물은 사람이 사는 곳에 더 많다. 새들은 사람과 먹이를 공유하거나 사람이 버린 것을 먹기 때문이다. 사람이 없는 사연에서는 먹이를 쉽게 구하기 힘들다.
대충 도로도 있고 간간히 집도 있고 사람이 경작하는 논이나 밭도 있는 그런 곳을 렌트한 차로 돌아다닌다. 우리는 직접 운전해서 돌아다니는데 많은 나라들이 우리나라와는 달리 도로가 좌측통행이라 혼동되기도 하지만 하루만 지나면 좌측 모드로 운전이 바뀐다. 직접 운전을 해야 여기저기 구석구석 다닐 수 있다.
시골이라고 하니 식당이나 숙소가 부족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우리나라처럼 지방에도 맛집이나 좋은 숙소는 있다. 구글맵으로 검색을 하면 아주 자세히 나온다. 구글맵은 해외여행에서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어플이다. 장소를 찾고 내비게이션도 된다.
어떤 사람들은 종추가를 하겠다는 욕심으로 일정을 매우 빡빡하게 진행한다. 그들은 아침 5시면 밖에 나가서 해가 떨어져야 집에 돌아온다. 식사도 대충 빵이나 음료수를 싸가지고 돌아다닌다. 우리는 종추가에 목숨 거는 여행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9시쯤 나가서 식당에서 밥 먹고 해 질 녘에 숙소로 돌아온다. 힘들면 쉬기도 한다. 그래서 일정도 길다. 보통 8일~12일 정도 다니고 길어지면 20일이 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갔던 곳이 마음에 들면 다시 갈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아마 이런 식의 여행은 젊은 친구들에겐 별로 호응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여행 기간이 길 수 없기 때문에 짧은 기간에 많은 새를 보고 와야 하는 일정을 선호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다니면 너무 힘들다. 나이도 있고 체력도 저질이기 때문이다.
새도 좋지만 여행이란 것이 과정을 즐기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우리의 콘셉트이다. 그 과정에서 새가 있으면 새를 본다. 날씨가 너무 덥거나 비가 오면 가차 없이 카페에 들어간다. 거의 매일 한 번 정도는 카페에 들어가는 것 같다. 어떨 때는 하루에 두 번도 들어간다.
이렇게 다니면 돈이 많이 들어가지 않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지는 않다. 우리는 한국에 있을 때 충분히 자료를 조사한다. 대부분의 자료는 인터넷에 대부분 있다. 검색한 자료를 근거로 한국에서 미리 예약을 한다. 항공권, 렌트차, 일부 숙소까지 예약을 한다. 간간히 현지 가이드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1~2일 정도만 쓰기 때문에 비용이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가 주로 가는 곳은 물가가 우리나라에 비해 저렴한 나라를 위주로 가고 있다.
여행사를 통해서 가는 여행은 미리 일정이 있고 한국 여행사와 현지 여행사가 모두 수익을 창출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비쌀 수밖에 없다. 조통 여행사를 통해 가는 여행에 비해 1인당 100만 원 이상 싸다. 대신 많은 사람이 갈 수는 없다. 7인승 렌터카에 짐을 실으면 5명 정도 타는 것이 보통이다. 차가 2대 움직이면 10명이 끝이다. 그래서 아는 지인들과 여행을 다니고 있다.
나름 새를 본 경력이 20년이 넘은 사람들로 인원이 구성되기 때문에 새를 찾는 것도 비교적 수월하다. 요즘은 새만 보는 것이 아니라 꽃도 보고 벌레도 보기 때문에 한가할 시간이 없다. 죽기 전까지 만종의 사진을 찍어보겠다고 만종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11월 말이 되면 다시 태국 남부로 여행을 떠난다. 이번에는 좀 긴 여행이 될 듯하다. 아마 귀국은 내년 1월쯤으로 예상하고 있다. 은퇴 후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산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이런 것이고 이걸 하기 위해 퇴직하기 15년 전부터 준비를 했다. 이제 실행에 들어갈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