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1년이 지난 지금...
많은 사람들이 퇴직 후 계획을 생각한다. 그냥 생각만 한다. 그래서는 계획이 생기지 않는다. 생각은 계획이 아니다. 이런저런 생각일 뿐이다. 난 새를 보는 사람이다. 퇴직 전에도 그랬고 퇴직 후에도 그렇다.
내가 탐조를 나의 길로 생각한 것은 상당히 오래전 일이다. 내가 처음 새를 본 것은 2002년 1월이다. 막히는 것이 많았다. 아는 것도 없었고... 그래서 몇 년 동안은 대충 봤다. 그러다가 600mm 렌즈를 중고로 구입했다. 그리고 새를 찍었다. 그러면서 알게 되었다. 내가 새 사진에 나름의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여기까지는 그냥 팩트다. 이제부터 계획이 들어간다.
일단 현실 파악이 중요하다. 당시 새 쪽 분야는 그야말로 불모지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다고 아주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물론 쉽지도 않지만... 나는 교사였고 나름 기본적인 학문적 베이스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책이나 강연 같은 것을 하면 대충 수입도 생기고 노후를 재미있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후 나의 사진은 방향이 달라졌다. 대충 찍었던 사진을 좀 더 정성스럽게 찍기 시작했다. 좀 더 가까이 특정 포즈는 꼭 찍으려고 노력했다. 이런 사진을 일명 도감 사진이라고 부른다. 이런 사진이 있어야 책도 내고 강연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과거 아이들이 휴대폰으로 하는 게임 중에 포켓몬고라는 게임이 있다. 휴대폰을 들고 돌아다니면서 이상하게 생긴 몬스터를 잡는 것이다. 새 사진이 이 게임과 아주 비슷하다. 그렇게 한 종 한 종 찍다 보면 내 컴퓨터 하드에 새 사진이 늘어나는 것이다. 사진만 있다고 책이나 강연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야깃거리가 있어야 한다. 책도 사고 인터넷에 있는 자료도 수집을 하면서 점점 컴퓨터 하드 용량은 늘어나게 되었다.
과연 이게 최선인가? 이것만 하면 다 되는가? 아니다 정작 필요한 것은 돈이다. 돈이 있어야 새를 보러 다닐 수 있다. 책이나 강연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물론 직업이 교사이기 때문에 연금이 나온다. 이 연금만 가지고는 해결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교사 봉급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 봉급으로 돈을 모으려면 저절로 해결될 리가 없다. 그래서 술을 끊었다. 남자들은 대부분 술에서 많은 돈이 나가기 때문이다.
주말에는 새 찍으러 돌아다니고 주중에 시간이 나면 새에 대해 공부하고 근검 절약하면서 돈 모으면 대충 노후가 보장되는 분위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남은 것은 건강과 열정...
보통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고 운동을 다닌다. 거기서 사람들과 어울리면 술도 한 잔 하게 된다. 그럼 그게 노후가 된다. 나이 먹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한다.
등산, 테니스, 볼링 다 좋다. 이걸 나이 먹어서도 할 수 있을까? 나도 볼링은 좀 치지만 지금은 포기했다. 허리가 아파서... 낚시, 골프... 정말 돈이 많이 들어가는 취미다. 모아놓은 돈이 금방 없어질 것이다. 퇴직 자금 5억쯤 있으면 가능한 취미다. 난 그렇게 많은 돈이 없다.
탐조는 돈이 그렇게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1박 2일에 2명이 20만 원이면 충분하다. 이런 취미가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게 힘들지도 않다. 차 타고 다니고 간간히 걷고, 지방 가서 맛있는 음식 먹고 잠만 자면 되니 5만 원짜리 숙소 찾아 들어가면 끝이다. 골프라면 1박 2일에 얼마나 들까? 아마 100만 원은 넘게 들어갈 것이다.
그래서 요즘 새를 보는 사람이 많아지는 모양이다. 그래도 함정은 있다. 허세가 함정이다. 어딜 가나 반드시 있다. 허세 부리는 사람... 탐조에 허세가 곱해지면 비용이 올라간다. 좀 많이...
탐조는 혼자서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취미 중에 하나다. 골프처럼 4명이 필요하지 않다. 대부분 우리 나이가 되면 평생 사람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으면 살아왔을 것이다. 그 스트레스에서 벋어날 수 있다. 아주 훌륭하지... ^^
뭔가를 망가뜨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혼자서 여유를 가지고 즐길 수 있는 취미인데 돈도 별로 들어가지 않는다. 요즘은 진상들 때문에 많이 퇴색되었지만 예전에는 나름 있어보인 적도 있었다. 그게 탐조다.
뭘 망설여... 빨리 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