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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피킹글리쉬 Nov 10. 2020

1살 아이에게 "너 왜 말 못해?"라고 해본 적 있나?

모국어 습득 방식의 이해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 결혼을 했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생겼다. 둘의 예쁜 점만 쏙 빼닮은 사랑스러운 아이. 주위 사람들은 아이에게 아기 언어로 이야기 하기도 하고, 책을 읽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도 이 아이가 대답하길 기대하지 않는다. 고작 1살이니까. 단지,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 생각하고 고민한다.



< 0~2세, 인풋단계 >

세상의 어떤 아이도 태어나자마자 "엄마, 나 태어났어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만약 그런 아이가 있다면, 기네스에 올라야겠지. 대신, 아이는 세상의 모든 소리에 귀기울이고 듣는다. 이 많은 소리들이 맥락에 맞게 흡수되면서 언어를 이해하고, 하나둘씩 습득해 나간다.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하루 종일 자연스럽게 언어를 받아들인다. "오늘은 소리를 너무 많이 들어서 머리가 아프니까 1시간 동안은 아무 소리도 듣지 않고 귀를 쉬어야겠어."라고 하지도 않는다.



모국어는 그런 것이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해당 언어 (혹은 이중,삼중,사중언어 등)를 계속해서 듣게 되고, 그 인풋이 꾸준히 쌓여 해당 언어를 이해하고, 단어를 받아들인다. 보통 이 시기의 아이들을 '영아'라고 부르는데, 아이에게 일방적인 인풋을 주는 시기이다. 간단한 단어가 나온 단어 그림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사운드북을 보여주며 소리도 들려준다. 비지북이나 촉감책 등을 아이에게 만지게 해 주며 대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물론 아이 입에서 나오는 말은 "어버버"가 다 이겠지만.





사진 출처 Pixabay @2081671


< 2~4세, 아웃풋단계 >

빠른 경우는 약 두 돌 정도가 되었을 때, 혹은 조금 느리다면 세돌 전후로 해서 아이가 스스로 말하기 시작한다. 비로소 아웃풋(말하기)이 터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 때, 아이가 "엄마, 저 이제 문장으로 말할 줄 알아요." 하며 유창한 문장을 꺼내진 않는다. 물론 아이 성향에 따라 자신이 완벽하다고 느낄 때까지 입을 떼지 않는 경우도 있긴 하다. 엄마 입장에서 "우리 아이가 언어 발달이 늦네..."하고 걱정을 하게 되는 때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아이들은 간단한 단어 "엄마", "아빠"로 시작해서, 점차 간단한 문장, 그리고 조금 더 복잡한 문장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사실 첫째를 키울 때 전집 판매하시는 분이 집에 찾아온 적이 있었다. 이 시기가 아이들이 단어 확장을 할 시기라서 다양한 책을 많이 읽어줘야 한다고 전집 구매를 권유했었다. 그 때는 '육아'라는 행위 자체가 너무 힘겹고 버거워서 영사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강매를 당하는 느낌이라 전집을 구매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첫째를 왠만큼 키우고 둘째를 키우면서 '이 시기에 단어 확장이 필요하구나.'를 몸소 느꼈다. 그래서 둘째에게는 그림책을 읽어주거나, 짧게 짧게 영상을 노출해 주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단어 확장을 하게 되었다.





사진 출처 Pixabay @yohoprashant


< 5~7세, 기본 대화/글자 인지 >

대개 5세 정도가 되면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유창하게 표현할 정도의 말하기 실력을 갖춘다. 엄마들은 보통 이 즈음 아이의 글씨쓰기, 읽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엄마의 성향이나 가치관에 따라서 집에서 간단하게 놀이식으로 글씨를 써보게 하기도, 혹은 학습지를 시키기도 한다. 혹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과 같은 기관에서 아이들이 한글을 익혀오기도 한다. 이미 아이들은 "토끼"가 무엇인 지 알고, "배고파요."가 어떤 의미인 지 알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글씨와 소리를 매칭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받아들인다. 자기 이름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다.



첫째는 이 시기에 재잘재잘 말이 참 많았었다. 5세 때는 글자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 어린이집에서 하루 5분씩 한글 쓰기를 하는 게 다였다. 글자 인지 활동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6세가 되어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편지 쓰기를 하면서 글씨를 쓰고 싶은 욕구가 생겼고 이 과정을 통해 글씨 쓰기를 원없이 하며 한글도 뗐다. 반면 현재 5세인 둘째는 워낙 언어 쪽으로 빠르기도 하고, 영어/한국어를 자연스럽게 섞어 사용하는 이중언어 환경에 일찍부터 노출되어 있던 터라 한글과 영어 모두 유창하게 말한다. 자기 이름을 한글과 영어로 그릴(ㅋㅋ) 수 있고, 글자를 인지하기 시작했다. 첫째에게는 잘 해주지 못 했지만, 둘째에게는 단어 확장을 위해 그림책을 열심히 읽어주고 있다. 인풋을 채워주는 것이다. 더불어 영상을 통해 소리 노출을 채워주고 있다.





사진 출처 Pixabay @klimkin


< 학령기 초반 : 7~9세, 수업준비단계 >

요즘은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글자를 다 떼는 추세이지만, 교과서를 기준으로 보면 아이들이 1학년 때 글자를 배운다. 학령기의 아이들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미 듣기와 말하기가 유창하다. 그리고 점차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글자로 쓰기를 원하게 되고, 글자 읽기에 관심을 가진다. 자연스러운 욕구와 맞물려 아이들은 읽기와 쓰기를 배워나가게 된다. 그 동안 인풋되어진 소리와 글자를 매칭하고 인지하는 것이다.



학령기 초반에는 글자를 배움과 동시에, 생활 습관을 잡아나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첫째는 현재 8세, 초등학생이 되었다. 다행히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편지쓰기를 하며 한글을 깨친 덕에 교과서에 나온 한글을 읽고 쓰는 데 문제가 없다. 그래서 나는 생활 및 독서 습관을 잡아주고, 독서에 흥미를 느끼게 해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엉덩이 힘 기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아이가 직접 경험하는 것이라 믿기에, 바깥놀이와 상상력/창의력을 펼칠 수 있도록 적당히 발란스를 맞추고 있다.





사진 출처 Pixabay @Momentmal


< 우리 아이의 현재 영어 단계는 어디쯤인가 >

우리 아이들이 영어를 배우는 모습을 한 번 생각해보자. 엄마가 일찍부터 아이의 영어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는 많이 없는 듯 하다. 보통은 5-6세 즘 되어 옆집 아이가 영어 학원을 간다더라, 어느 유치원은 영어 수업이 참 좋다더라 하는 등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제서야 아이의 영어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아이가 5세가 되어 유치원에서 영어 수업을 하고 온 날은 뭔가 하나를 꼭 만들어서 집에 온다. 유치원에서 "apple"을 배워왔다며 엄마에게 자랑한다. 엄마는 "우와~~ 이제 우리 XX, 영어도 할 줄 아네?" 하며 아이 어깨에 힘을 넣어준다. 엄마는 아이가 유치원에서 어련히 잘 배워오겠거니 하고는 한글에만 집중한다. 학원에 보내는 경우라면 아이가 '파닉스'를 배워오기에 일찍부터 글씨 읽기를 연습하며 글자를 인지시킨다. 그리고 7세 정도가 되면 한글을 뗐으니, 영어 글씨를 써 보라고 종용한다.





사진 출처 Pixabay @dimitrisvetsikas1969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아무도 1살 아이에게 "너 왜 말 못 해?"라고 묻지 않는다. 아직 영어 노출이 충분하지 않아 단어도 몇 개 모르는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모국어가 차고 넘치는 인풋을 마치고 아이가 아웃풋까지 자유자재로 된 상황에서 한글 읽기며 쓰기를 가르쳐준다. 그런데 심지어 모국어도 아닌 '제2외국어'인 영어는 글씨 인지가 필요한 '파닉스'부터 가르치는 것이고, 인풋이 충분하지 않아 'apple'도 모르는 아이에게 'a' 소리가 난다고 가르치고 있는가?



이 과정이 반복되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영어'라는 언어에 마음을 닫고 귀를 닫는다. 그리고 아이의 마음이 한 번 돌아서면, 그 마음을 다시 되돌리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영어는 언어다. 



아이에게 즐거운 언어를 선물해주고 싶다면, 이제까지 엄마가 배워온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영어 전공이 아니라, 혹은 영알못이라 도대체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할 지 모르겠다면, 우선 모국어 발달 단계를 한 번 곰곰히 생각해 봤으면 한다. 그러면 현재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 지 스스로 알게 될 것이다.



엄마표영어, 어렵지 않다. 아이를 먼저 파악하고 접근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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