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요크에 살게 된 지도 어언 6년이 되어간다. 영국에서 "-셔 shire"라고 끝나는 지역들은 한국어로 "-도" 라고 부를 수 있는데, 영국에서 가장 큰 지역은 요크셔 지방이다. 과거 로마 북영국 수도가 있었던 지역인 요크를 중심으로 바이킹과 노만 시대를 거쳐 시대마다의 유물들이 풍부하게 남아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항상 깨끗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한 번 익숙해지면 벗어나기 힘든 그런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국에 와서 깨끗한 공기 속에 살다보니 항상 콧물을 질질거리며 살아가던 나의 코가 뻥 뚫리고, 이제는 런던에만 가도 숨 쉬기가 어렵게 느껴진다. 근래 들어 미세 먼지가 심각해진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나는 사실 코로나 이전부터 마스크를 쓰고 다녔었다. 요크셔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마치 옛 선비들처럼 자연이 주는 행복감을 즐길 줄 알게 된다.
특히 올해들어 수많은 것들이 가상화되고, 대부분의 여가 시간 또한 화면을 쳐다보는 것으로 채워질 때, 밖에 나가 시원한 공기, 기분좋은 풀 냄새를 맡으며 사부작 사부작 흙을 밝으면, 왜 강아지들이 산책을 그렇게 좋아하는 지 이해하게 된다. (특히 그 산책마저 하루 한 번으로 금지되었을 때에는, 하루종일 먹고 싸고 먹고 싸는 집에 갇힌 개가 된 기분이었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 할수록 자연은 더욱 소중해진다. 사람들이 우울과 화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질수록 자연은 더더욱 소중해진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공기 오염이 심할수록 사람들의 행복도는 낮아진다고 한다. 이걸 뭐 연구까지 해야 깨달을까 싶다. 그냥, 공기 좋은 곳에 가서 한 달만 살아도 몸과 마음에 일어나는 변화는 엄청나다. 어쩔 수 없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풀 위를 걸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사회적 폭력은 사실 어쩌면 제대로된 산책을 할 수 없는 댕댕이들이 너무 많기 때문인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