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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성만 Aug 19. 2021

어쩌면 나는 크게 성공할껀가봐!

직장에서 현자 타임이 오면

벌써 마케터 직무를 한 지 반년이 다가오고 있다.

갑작스럽게 변동이 된 직무지만 해보고 싶었던 업무여서 저번 달 까지는 즐겁게 하고는 있었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마케팅 직무가

왜 상상 그 이상이라는 일이고 다들 도망치는 이유가 가슴에 와닿을 정도로 힘들다.


인하우스 마케터라 광고대행사의 힘든 점은 모르겠지만, 얼굴을 대면하고 회의를 하는 광고주이자 나의 월급을 주는 분(대표님)을 매일 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정말 큰 문제는 회사 내에서 하소연할 공간이 없다.


처음 보직이동을 할 당시 대표님께서는 3개월 정도 수습기간을 준다고 하셨다.

3개월 내에 각종 포털사이트에 포스팅 업무, 인플루언서 직접 섭외, 대행사 컨택, 가이드라인 만들기.

일은 제법 많았지만 그래도 나름 하나씩 해치워가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야근은 정말 많이 했었지만 단기간의 업무 이해도와 적응력 높아지긴 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나고 나니 업무가 이제는 익숙해지기 시작하니 어느 날 갑자기 회의실로 부르셨다.

"여태까지는 할만했죠? 다음 주부터 각오해오시면 됩니다"

(미운 말만 하는 게 대표님들의 공통점인 것 같다.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연봉협상까지 100일하고 조금 밖에 안남았으니까 일단은 머리를 숙이고

"네"라고 대답을 했다.


 회의를 마치고 사수가 나를 보더니 안쓰러운 표정과 미소가 섞인 소위 웃픈 표정을 지으면서

이제부터는 마음 단단히 먹으라고 했다.


뜬금없지만 간단하게 회사 소개를 하자면 인하우스 마케터라고 하기도 뭐한 게

회사에 단 두 명만이 마케터이다. 내 사수 역시 갑작스럽게 보직이동을 해서 일을 제대로 배운 지 1년도 안 된 사람이 이제부터 나에게 각오하라는 말을 하라는 걸보면 얼마나 힘들지도 감이 안 잡혔다.


그렇게 출근을 하고 걱정한 것보다 평탄하게 흘러가는 월요일이었다.

그러나 마감회의(혼내는 시간)를 진행을 하고 6시에 대표님께서 나에게 미션을 주셨다.

"우리는 스타트업이고 계속 확 장을 할 생각이기 때문에 카페에 대한 조사, 인스타그램 마케팅에 대한 조사, 네이버 밴드에 관한 조사를 이번 주 금요일까지 정리해서 만들어오세요"


"....?...?...?!!??... 네에..:?"


사실 회사가 이렇게까지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올해 3월에 스마트 스토어로 쇼핑몰 오픈을 했는데
예상보다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으며 잘 될 때에는 하루에 주문량이 200건이 돌파를 했었다(물론 지금은 아니다)


네이버 하나만으로 제법큰 매출이 나왔으니 대표님(나쁜사람)께서는 여러 매체를 통해서
단기간에 성공궤도까지 올라가고 싶은 맘이 크셨다.


그러나 이제 반년차인 나에게 시장조사를 맡기는 건 그렇다 칠 수는 있지만

동네 다방이나 밴드도 아닌 크나큰 대기업 네이버님의 카페와 밴드, 저울로 잴 수도 없다는 인스타그램

이 세 가지를 알아보기에는 너무나도 시간이 부족했다.



"어려울 것 같습니다. 주에 한 개씩은 조사를 해서 보고를 드릴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라고 말을 하자마자 안 되는 이유부터 찾았다고 핀잔을 먹었다.




"되는 이유를 찾아, 지금 업무를 살짝 빼줄게. 정규시간에 못 찾겠으면 야근을 해서라도 찾아
(포괄임금제라 수당도 안 주면서..)"


"네............."



회의실을 나오고 깊은 한숨을 쉬고 옥상에 올라가서 많은 생각을 했다.

원하는 직무를 배워서 버틸 수 있었지만 정말 하기 싫은 업무를 맡게 되었다.

지난 3개월 동안 많은 일을 하면서 이제 적응해나가나 싶었는데 본래 업무도 하면서 그 세 곳의 시장조사를 해오라는 게 참으로 터무니가 없었다.


"사람이라고 생각을 안 하고 나를 도깨비방망이로 보는 게 틀림없다. 이건 나가라는 신호를 보내는 건가?"
한숨을 푹푹 쉬다가 자리를 10분 이상 비우면 찾는 회사여서 5분 정도만 생각하고 자리로 돌아와 업무를 마무리를 하려고 하는데 사수가 나를 불렀다.


"각오하라고 했잖아... 정말 무리한 부탁일 수도 있는데 한 번 다른 직장을 구하기 전까지만 해보는 건 어때?"


어떻게 보면 내가 퇴사를 하게 되면 남는 마케터가 한 명이기 때문에 모든

업무를 떠맡게 되는 게 두려워서 얘기한 걸 수도 있다.



그런데 사수의 눈을 보면 그렇지는 않았다. 물론 마스크를 써서 잘 모르겠지만,

내가 볼 때는 꿈에 가득 찬 눈이었다.


"딱 생각하지 말고 너도 나도 연봉협상 그거 하나만 바라보고 해 보자.

우리한테 얼마나 잘해주려고 저러는지 두고 보자.

복지도 없고 상여금도 없는 이런 척박한 환경이긴 한데 붙잡는 것 같아서 미안해"


나이 차이가 6살 나는 사수지만 사실 그분을 보고 마케팅팀으로 직무를 바꾼 것도 있었다.

매사에 열심히 했기 때문에 당연히 힘들어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다시 보면 그의 머리카락은 힘이 없고

자리를 보면 진통제, 수면유도제 등등이 있는 것을 보면 나약한 직장인이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버텨내 보자고.. 다른 곳에 이직하기 전까지 아니 1년 되기 전까지만 같이 해보자고

얘기를 하는데 어떻게 싫어요 라고 하면서 나갈 수 있을까..

그래서 나도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일단은 해보고, 못하겠으면 덜 혼나는 방법을 찾아보기도 하고 최대한 좋은 쪽으로 생각해 보기로 했다.

어쩌면 네이버 카페, 밴드 마케팅도 나중에 대행사에 가면 배워야 할 업무이고 인스타그램은 거의 지금

유통채널이라고 부를 정도로 커졌으니까 다시 나를 억누르기로 했다.


아직도 1년 차가 되려면 100일 넘게 남은 나지만 26살의 젊은 나이에
중(조옷)소기업 1년 버텨보기라는 작지만 위대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려고 한다.




어쩌면 지금 정말 힘든 일이 나중에
 큰 보상으로 다가올 거라고 믿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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