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엄마의 졸업식 : 끝이 아닌 시작

돌이켜보면 지난 4년 간 정말 많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국 성취한 엄마

by 커피 한잔의 여유

290번째 에피소드이다.


일주일 전 엄마의 졸업식이 있었다. 이 에피스도를 쓰며 부끄럽게도 난 엄마의 졸업식에 가지 못했다. 엄마가 극구 오지 말라고 한 것을 곧이 곧대로 믿은 것도 있었고, 또한 나 역시 사회인으로 충실해야 하기에 사회인의 역할이 아들로서의 역할을 이번에는 이겨버렸다. 다만, 오늘도 어김없이 간병을 하며 아버지 옆 환자침대에서 자고 있을 시간에 장문의 메세지를 써 엄마의 졸업식을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담담하게 적었지만 난 엄마를, 아니 그녀를 진심으로 존경한다. 그리고 '용돈'이란 명목의 합리화 및 금융치료를 전달했다. 졸업식 며칠 전, 살짝 스케줄이 애매해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필요한 선물보단 무조건 돈으로 달라고 신신당부했던 그 조언의 결과였다. 역시, 요샌 돈이 최고인듯 하다. 금융치료는 항상 진리다. 그래서 오늘도 돈을 열심히 번다.


돌이켜보면 지난 4년 간 정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엄마의 건강에 적신호가 생기고 나서 엄마는 변했다. 평생 그녀의 삶에 욕심이 없었던, 또는 욕심을 절제하고 살았지만 무언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듯 했다. 운전면허증을 수차례 떨어지면서 취득하고, 그 이후에도 도로연수를 벌벌 떨면서 해내더니 이제는 본인 차를 몰면서 결국은 해내고 말았다. 또한, 아버지의 건강 악화로 인해 가족돌봄 제도 등을 활용하기 위해 국가자격인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해내기도 했다. 그 가운데서 그녀의 평생 콤플렉스였던 학력 문제를 정면돌파할 의지를 피력했다. 검정고시가 아닌 정규과정인 어머니학교에 입학해 중학교 2년, 고등학교 2년 과정을 결국 해내고야 말았다. 2년 동안 방학없이 진행되기에 3년 과정과 동일하게 취급되는데 내가 옆에서 보기에도 생각보다 빡빡하게 느껴졌다. 엄마가 누나, 매형까지 있는 가족 카톡방에 졸업장과 선행상 그리고 졸업기념사진을 올리며 본인 스스로 고생을 위로하는 듯 한 모습을 보면서 내가 옆에서 본 4년 고생의 파노라마가 지나갔다.


"맞다! 엄마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졸업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2년제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기로 마음 먹은 엄마는 늦깎이 대학생이다. 내가 최근 성인학습자 연구 등에 관심을 가지기로 마음 먹고 있는데, 바로 최적화된 연구 대상자가 우리 집에 떡하니 있는 것이다. ㅎㅎ 학위와 함께,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또 다른 의미에서 고생이 시작될거다. 얼마 전, 공근식 씨의 삶에 대해서 접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자퇴후 부모,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수박농사를 지으며 살다가 카이스트 박사생들을 만나고 '대학졸업장'을 취득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30대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해 47세의 나이에 러시아 모스크바 물리기술대학에서 과 수석을 졸업한 사연이다. 물론, 엄마가 공부하려는 학문과 학위의 무게는 그에 비할 바는 못하겠지만 그 삶의 무게는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못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내 관점에서는 2년 후 엄마가 취득할 대학졸업장의 무게는 가늠을 할 수 조차 없다.


그녀의 도전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름 성인학습자에 진심인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