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빛나는 무언가가 있다고 믿던 시절 아무런 생각 없이 던져 본 작가신청을 거절당한 후로 한동안 글을 쓰기 위한 플랫폼이 간절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글 한 줄만 읽어도 매력을 느껴야 한다는 둥, 글의 주제와 자기소개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둥, 꼭 고급 양식당 에티켓처럼 복잡한 "브런치 작가신청 공략법"이 인터넷에 공공연히 올라오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다시 '글을 써서 퍼트려 볼까' 싶었던 것은 통역장교로 군생활을 하면서 든 생각이었다. 나의 말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말을 전해야만 하는 시간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생각을 분출해야 했다. 그런 마음으로 첫 글을 몇 번이나 쓰고 지우고 고치기를 반복했다. 우리의 처음과 끝은 모두 완전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