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자가 된 아내
12월 1일..
12월 24일..
그리고 일주일 뒤인 1월 2일
딱 9일 만에 현실로 돌아왔다.
참으로 오랜만에 식탁에 남편과 함께 마주 보고 앉았다.
내가 고른 저녁 메뉴인 매콤한 묵은지 김치 닭볶음탕을 맛있다며 허겁지겁 먹는 남편을 나는 애틋하게도 쳐다본다.
우리 남편 밥 먹는 거 얼마 만에 보는 건지.
그간 우리는 내외하기 바빴다.
지독한 입덧으로 나는 내가 당장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음식이 아니고선 음식을 쳐다보지도 냄새를 맡지도 못했다.
먹었던 메뉴를 다시 먹을 수 있는 기적은 나에게 없었다.
그 대가로 나의 소중한 남편은 아내가 차린 따뜻한 밥을 먹으며 사랑받던 사람에서 우리 집의 ‘짬타이거’로 거듭났다.
나의 식사가 끝난 뒤엔 그대로 방문을 닫거나 고통을 삼키는 나를 등지고 멀리 떨어진 남편이 부산스레 남은 음식을 먹고 정리한다.
그러니 우리의 9일 만의 식탁의 재회는 꽤나 애틋했다.
나는 바쁜 눈짓으로 남편이 맛있게 식사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잘 먹어서 예쁘다고 칭찬해 주었다.
얼마 전 크리스마스이브날,
지독한 토덧으로 이브날은 변기통을 붙잡고 싶지 않았던 나의 바람으로 입덧을 완화시켜 주는 구토방지 주사를 링거와 함께 처방받아 맞았다.
느껴본 적 없는 묘한 기분이었다.
약효는 30시간 남짓.
난파된 뱃조각에 매달려 너울성파도에 미친 듯이 휘둘리고 있는 내가 구름 속에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약에 취한 나는 미친듯한 울렁거림이 왔음을 알지만 느껴지지 않는다.
몇 주 사이 입덧이 정말 심해진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주사를 맞지 않았다면 나는 죽었구나.
그렇게 9일간을 지독히 버틴 뒤, 1월 2일.
3일간의 분수토 퍼포먼스를 끝으로 다시 링거를 맞고 컨디션을 되찾았다.
9일간 등을 돌리고 누워 헛구역질만 헤대며 밥도 못 먹던 그 여자는 잠시 떠났다.
장난기 가득한 내가 남편 앞에 있다.
결혼 전에 그 여자고, 임신직전의 그 여자고, 링거맞고 잠시 돌아오는 30시간 동안의 그 여자다.
남편과 함께 재밌는 예능도 보고 저녁도 먹고 간식도 먹었다.
그간 미뤄왔던 태아보험도 알아보고, 임신준비에 대한 대책 회의도 나누었다.
“오빠 지금 나를 기억해 줘… 난 곧 또 떠나…^^… 아파 울부짖던 그 여자는 내가 아니야.”
웃음반 눈물반으로 “아니야.. 아니야..” 부정하는 남편을 바라본다.
마치 지금 난 곧 또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먼 길을 떠나는 시간여행자가 된 기분이다.
그래서 컨디션이 좋은 오늘.
남편을 예뻐해 주고, 사랑을 표현하고, 함께 시간을 보냈다.
애틋하다 지금 우리 둘만의 시간. 애틋해.
올 8월 출산을 앞두고 남은 7개월의 시간을 남편과 행복하게 채워 나가고 싶다.
그 뒤엔 평생 우리의 귀염둥이와 함께 하겠지.